[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기름기를 쏙 빼고 날씬해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웰빙(well-being) 붐으로 위축된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매장 주방의 크기와 좌석수를 줄이는 `소형화`로 보다 효율적인 영업을 추구하고 있다.
MSNBC는 5일(현지시간) 미국 거대 패스트푸드 체인 중 웬디스(Wendy`s)과 버거킹(Burger King)이 소규모 레스토랑 디자인을 개발중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매장보다 주방 크기가 적고 좌석수도 적은 신규 디자인은 규모가 적은 도시에서 보다 적은 비용에 영업을 영위하기에 효율적이다.
버거킹은 매장 부지의 크기를 3분의 1 가량 줄였다. 이에 따라 주방 규모를 줄이고 좌석수도 40개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새 디자인은 향후 건설될 대부분의 신규 매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버거킹은 미 전역에 약 1만1000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중 약 90%는 프랜차이즈다.
웬디스는 일부 소도시와 대도시 사이에 위치한 지역에 기존 매장의 3분의 1 크기인 소규모 매장들을 지을 방침이다. 웬디스 최고경영자(CEO)인 톰 뮐러는 "소형 매장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며 "기존 매장보다 매출은 적겠지만 수익성은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파파이스 치킨 & 비스켓과 애플비스(Applebee`s) 또한 지방의 매장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파파이스는 올해 좌석을 기존 48개에서 28개로 대폭 줄인 소형 매장 설계를 공개했다. 알리샤 톰슨 파파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오늘날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신규 매장을 지을 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플비스는 현재 인구 5만명 이하의 지역에 총 150개의 매장들을 갖고있다. 필 크라임민스 개발담당 부사장은 "애플비즈의 기존 매장은 5000평방피트였지만, 소도시에 위치한 125개 매장들은 3600~4300평방피트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경영진들은 "소형 매장을 지을 경우 건설비용을 기존 매장의 약 3분의 1 가량 절약할 수 있고, 필요한 대지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소형화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패스트푸드 매출의 약 80%가 테이크아웃이기 때문에, 사실상 매장이 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매장 크기를 줄이거나 자동차 안에서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윈도우만 있는 극소형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햄버거 판매업체가 아닌 애플비즈와 칠리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등도 테이크 아웃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웬디스는 6700개 지역 중 약 30개 지역에 소형 매장들을 오픈했으며, 14개 매장은 테이크 아웃만 가능한 매장으로 지었다. 웬디스는 소형 매장의 숫자를 전체 매장의 10~15%까지 늘릴 방침이다. 뮐러 CEO는 "소형 매장은 기존 매장보다 40% 적은 10~12명의 직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매장 운영으로 업체들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소형매장은 인구 이동이 적은 소도시는 물론, 땅값이 비싼 대도시에도 유용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