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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민법 제310조 제1항이다.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 곧 유익비(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높이는 데 든 비용)는 그 가치 증가가 남아 있는 한 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갚을 금액은 실제 지출액과 가치 증가액 중 소유자가 고른 쪽이니, 자연히 적은 쪽이 된다. 구청이 청구한 금액도 지출액 7억 5,000만 원이 아니라 그보다 적은 가치 증가분 약 5억 600만 원이었고, 법원은 감정 등을 거쳐 그중 약 4억 1,300만 원을 인정했다.
건물주는(소송 중 사망해 상속인들이 이어받았다)은 세 갈래로 방어했다. 이 계약과 공사는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라는 행정작용이므로 민법의 유익비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공사비도 구청 예산이 아닌 보조금에서 나왔으며, 계약 경위에 비추어 구청이 유익비 청구를 묵시적으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1·2심은 세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계약서는 민법이 정한 전세권설정계약 그대로였고, 전세금 액수를 놓고 열 차례 넘게 밀고 당긴 대등한 협상의 산물이었다. 항소심은 “전세권자가 전세금 및 공사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은 전세권자의 내부적 사정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법리를 정리했다. 유익비 상환은 남의 재산에 들인 비용을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부당이득 반환과 닮았지만, 민법 제310조 제1항은 “부당이득에 관한 특별 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310조의 요건만 갖추면 되고,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제741조의 요건까지 따로 충족할 필요는 없다. 공사비를 보조금으로 충당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도 못 박았다.
전세권자가 건물에 들인 돈이라고 다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현상을 유지하는 수선 비용(필요비)은 전세권자 자신의 부담이다. 민법이 목적물의 유지·수선 의무를 전세권자에게 지웠기 때문이다(제309조). 반면 가치를 올린 비용은 다르다. 계약이 끝나면 올라간 가치는 고스란히 소유자 몫이 되므로, 그 한도에서 돌려주도록 한 것이다.
건물주에게 남는 교훈은 계약서 문구다. 판례는 임대차에서 원상회복 특약을 두면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2927 판결). 그런데 이 사건 계약서는 세입자의 공사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되었을 경우”에만 원상회복하도록 정했을 뿐, 유익비를 배제하는 문구가 없었다. 세입자의 대규모 공사를 허락하는 소유자라면 유익비 포기 조항을 넣을지부터 협상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
보조금으로 임차 시설을 개량하는 공공사업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번 판결은 그렇게 올라간 건물 가치의 계산서가 계약 종료와 함께 소유자 앞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보조금으로 단장한 시장 건물은 집주인에게 돌아갔고, 집주인 측은 올라간 값의 일부를 구청에 치렀다. 계약서에 다른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