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비교적 디젤 모델 가운데 인기가 있는 이들 4개 모델을 단종하는 것에 대해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WLTP(Wori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 세계표준 자동차 시험 방식)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있다. 일각에서는 BMW 디젤 차량 화재로 인한 현대차의 선재적인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된 신규 자동차 92만93990대 중 디젤차는 42만329대로 점유율은 45.2%에 달했다. 2000년대 중반 디젤 승용차가 판매가 시작됐다. 친환경차(?)로 둔갑하면서다. 이후 디젤차 판매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15년 52.2%로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가솔린차 판매를 능가했다. 2015년 하반기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상승세거 꺽이면서 2016년 47.9%, 2017년엔 45.8%로 하락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늘어나고 연비가 좋다던 디젤차는 발암 물질을 내뿜는 환경을 저해하는 차로 각인 됐다.
WLTP는 새로운 배출가스 및 연료효율 측정제도다. 새 규정은 기존 유로6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과 동일하지만 측정 방식이 바뀌었다. 기존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기존 19분 40초, 변경 30분), 더 긴 거리(기존 11km, 변경 23.3km)를, 더 높은 속도(기존 33.5km/h, 변경 46.5km/h)로 주행해야 한다. 측정 환경이 더 엄격해진 셈이다. 이는 표시효율과 실제효율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다. 측정 조건이 가혹해진만큼 배출가스 내 오염 물질도 늘어나게 된다.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 촉매장치(LNT) 등이 있다. 이 기준은 기존 판매 중인 차에도 해당된다. 국산차는 생산일 기준, 수입차는 통관일 기준으로 9월1일 이후부터 새로운 기준을 따라야 한다. 단, 3개월의 유예기간은 있다. 9월1일 이전에 생산되거나 통관된 차량은 11월 30일까지 등록을 마치면 새로운 기준에 대한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의 이번 디젤 모델 단종은 신규 기준에 맞는 개발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비인기 디젤 모델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판매를 중단한 그랜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는 SCR을 사용하지 않고 EGR과 LNT로만 유로6 기준을 충족했었다. 따라서 유로6보다 한층 강화되는 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SCR사용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비인기 차종에 수 십억~수 백억원이 들어가는 개발비를 투자하는 것보다 단종 후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대체하는 편이 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맥스크루즈, 그랜저, 쏘나타, i30 역시 결국 구형 디젤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풀모델 체인지를 할 때 신형 디젤 엔진을 얹어 다시 출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 현대차는 투싼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파워트레인에 살짝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 1.7리터 디젤엔진을 스마트스트림 1.6리터 디젤엔진으로 대체했다. 또한 현대차의 2.0과 2.2 디젤엔진은 SCR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화된 환경 기준을 맞추고 있다.
i40나 엑센트 디젤 등은 올 상반기 이미 연식을 변경하면서 디젤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다. 현대차 모델 중 구형 디젤엔진이 장착된 유일한 모델은 아반떼 디젤이다. 이마저도 하반기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 K3에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같이 디젤 라인업을 하이브리드 등으로 대체할 여력이 있는 브랜드는 강화된 환경 규제에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디젤차 중심의 쌍용차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 환경 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자동차 업계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인증을 위해 업계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인증을 받고 나면 디젤의 연비가 떨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신차 가격도 5%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유럽에서 WLTP가 적용되고 디젤차의 효율이 10~15%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승용차 시대의 종말이 다가온 셈이다. 기존 디젤로 향했던 수요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