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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트럼프]'설계사' 배넌 빠진 트럼프의 백악관 어디로 가나

김형욱 기자I 2017.08.20 15:46:26

극우에서 ''좌클릭'' 전망…배넌 ''외부 노선투쟁'' 변수도

지난 18일 사임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사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권에 또 다른 악재다.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사표를 던지고 1년 전 몸담았던 극우정치사이트 ‘브레이브바트뉴스’의 대표로 복귀키로 했다.

배넌은 트럼프 정부의 설계자로서 지난 7개월 정권 동안 ‘어둠 속의 실세’로 군림해 왔다. 백악관 참모 회의 땐 침묵하지만 회의 후 대통령과 독대해 의견을 나누며 정책애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슬람 국가 시민의 미 입국금지 행정명령이나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12개국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 등 트럼프 대통령의 논쟁적 공약 모두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그의 사임으로 백악관의 향후 정책 기조도 바뀔 전망이다. 당장은 극우성향의 방향성이 온건 보수 성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 3주 전 취임한 존 켈리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 개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은 배넌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스스로를 국가주의자(Nationalist)로 부른 배넌은 나머지 사람들을 세계주의자(Globalist)로 부르며 비판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배넌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인 역할을 한 측근이 지난 7개월 동안 6명, 최근 5주 새 4명이 사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배넌의 사퇴로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복수의 백악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 내 노선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배넌이 사퇴와 함께 ‘장외 정치투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배넌은 사퇴 직후 인터뷰에서 “이제 난 자유”라며 “난 다시 내 무기를 손에 쥐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배넌은 브레이브바트뉴스를 통해 더 강력하고 똑똑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가짜 뉴스(트럼프 대통령이 기성 언론을 폄훼해 부르는 말)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며 배넌의 이후 행보를 응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배넌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와 손잡고 보수 TV채널 등 새로운 언론사를 차리리라 전망했다. 브레이브바트 자체가 미국 내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정치 사이트로 꼽힌다. 지난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주도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WP는 “배넌이 떠났지만 백악관 내 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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