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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는 한국은행입니다. 지하금고에는 매일 돈이 들어오고 나갑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같은 시중 은행들이 돈을 맡기거나 찾아갑니다. 연초라고 평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왜 이 시기에만 ‘설 자금 방출’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은에서 돈이 평소보다 많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명절이 되면 제사상도 차려야하고 부모님 선물도, 아이들 세뱃돈도 줘야합니다. 평소보다 돈 쓸 일이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떡값’도 나옵니다. 대기업들은 하청업체에 결제할 돈을 당겨서 주기도하고요. 보너스는 못받았지만 쓸 곳이 많아져 모아둔 돈을 뽑는 사람도 있습니다.
은행들은 현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돈을 더 찾아가니까요. 시중은행들은 검정색 현금수송차를 한국은행 지하금고로 보냅니다.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차에 싣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은의 ‘설 자금 방출’보다는 시중은행들의 ‘대량 인출’로 보는 편이 더 맞겠네요.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 금고에서 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달은 1월로 총 6조 564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위는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입니다. 3조 7387억원이 시중은행으로 ‘인출’됐습니다. 지난해 한은이 시중에 내놓은 돈의 월 평균액은 약 2조 7220억원이었습니다. 설에는 평소보다 2.5배, 추석에는 1.5배가량 더 많이 나가는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돈을 신권으로 주는건 아닙니다. 돌아온 돈 중에서 ‘아직 쓸만한 돈’은 다발로 재포장됩니다. 은행의 특별한 요청이 없으면 대부분 이 돈이 나갑니다. 한은의 또다른 관계자는 “신권은 조폐공사에서 포장된 상태로 오고 사용권은 한은에서 직접 포장하기 때문에 비닐과 띠지가 다르다”며 “설 자금 방출 때 TV나 사진에 나오는 돈뭉치는 대부분 신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은 지역본부들도 명절을 앞두고 분주해집니다. 각 지역에 있는 은행들이 돈을 가지러 오기 때문이죠. 지역본부의 화폐 수급 시스템은 서울 본부와 같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발행액이 부족해지면 다른 지역본부에서 수송해 지급액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본부가 ‘시중은행용 금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을 포함한 17개 본부 중 은행들에게 돈을 내주는 지역 본부는 8곳(서울·강남·부산·대구경북·광주전남·대전충남·경기·제주본부)입니다. 2012년 2월 한은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일부 지역본부의 ‘은행용 금고’가 통합됐다는군요.
이쯤에서 유용한 팁 하나 드리겠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신권 바꾸느라 고생하신분 있으실텐데요, 한은은 일반인에게도 신권을 바꿔줍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설 자금 방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은에서는 교환도 발행으로 집계하기 때문입니다.
한은 화폐교환 창구를 방문하면 1일 1회에 한해 1인당 △5만원권 20장 △1만원권 50장 △ 5000원권 200장 △1000원권 500장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서울본부 기준). 지역마다 교환 가능금액은 조금씩 다릅니다. 한은 본부는 서울(본부·강남), 수원, 인천, 춘천, 강릉, 대전, 청주, 전주, 광주, 목포, 대구, 포항, 울산, 창원, 부산, 제주에 있습니다. 화폐교환 창구는 일반인이 한은과 직접 거래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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