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 산업 성장 정체와 일자리 감소 등으로 전반적인 미국 경제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가는 지난 1년 사이 거의 절반 가량 하락했다. 석유와 가스가 저렴해질수록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국인들 전체적으로 1250억달러(137조원)의 감세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만약 지난해 자가용에 기름을 가득 채울 때 100달러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같은 양을 55달러에 넣을 수 있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면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산업 성장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셰일가스와 석유산업의 혁명은 중산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최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도 자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인 내에서 석유와 가스산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인구만해도 10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 2009년 6월 이후 새로운 일자리가 40% 늘어났으며 지난해 텍사스주에 있는 휴스턴에는 캘리포니아보다 더 많은 집이 건설됐다. USA투데이는 텍사스주의 성장은 에너지산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폭락은 에너지 관련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석유를 생산해도 수익이 낮아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새로운 원유 시추 시설 허가가 4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총 자본지출 성장의 35~40%가 에너지와 관련있다고 보고 있어 최근의 유가 하락은 기업 자본지출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역 은행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텍사스에 있는 에너지회사의 대출을 줄이고 있으며 많은 은행들은 에너지 대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식들을 매각했다.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몇몇 은행의 대표들은 지속되는 낮은 유가를 우려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의 다니엘 예르긴 부사장은 “유가 하락이 우리 생각만큼 (경제성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을 인용해 “최근 몇년간 미국 경제 성장의 많은 부분은 에너지 혁명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와 가스 붐은 매년 경제에 300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예르긴 부사장은 “기업들은 낮은 유가 때문에 15~20% 비용 절감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해고는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