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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TV 쉽지않네··삼성·LG의 이유있는 '투트랙'

김정남 기자I 2012.12.03 14:42:04

삼성·LG, 'OLED TV+UHD TV' 차세대TV 병행전략
UHD TV 콘텐츠 전무··OLED TV 대비 시간벌기 분석
내년 'CES 2013'에서도 두가지 TV 함께 전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LCD TV를 이을 차세대TV를 두고 난관에 부딪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밀자니 낮은 생산 효율성(수율)이 발목을 잡고 초고해상도(UHD) TV를 밀자니 전용 콘텐츠가 없다. 어디 하나 집중하기에 부담이 크다. 내년 두 회사가 차세대TV를 두고 ‘투트랙’ 전략을 펼치기로 결정한 이유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KBS가 실시하고 있는 UHD 시범방송을 시중에 나온 LG전자(066570)의 84인치 UHD TV를 통해서는 직접 수신해 시청할 수 없다. 내년에 출시될 삼성전자(005930)의 85인치 UHD TV도 마찬가지다.

이는 아직 UHD 방송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방송규격이 확정되기 전 실시하는 시범방송은 그 완성도가 낮다. 방송규격이 확정된 후 정규방송까지 염두에 둔 시험방송과는 엄연히 다르다. UHD 전용장비가 전무한 방송환경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년간은 UHD 방송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영국 BBC, 일본 NHK 등에서도 UHD 방송규격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LG전자가 UHD TV에 목을 매는 것은 차세대TV시장을 한 발 앞서 만들기 위해서다. 차세대시장을 선점하면 그 마케팅 효과가 작지 않다. UHD TV에 시큰둥하던 삼성전자 역시 뒤늦게 내년 출시계획을 세웠다. 샤프·도시바·하이센스·창홍·하이얼 등 일본과 중국의 TV 업체들은 이미 UHD TV를 출시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업계 움직임에는 OLED TV의 양산이 늦어지는데 따른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생각보다 OLED TV 양산이 어렵자 UHD TV로 무게중심이 쏠린 것이다. 삼성과 LG는 올해 7월 OLED TV 조기 출시를 목표로 속도전을 펼쳤으나, 여의치 않았다. OLED 패널 양산 기술이 없는 ‘왕년의 전자왕국’ 일본은 더 절박하게 UHD TV에 매달리고 있다. (본지 8월20일자 <낮은 수율 탓..OLED TV 출시 더 늦어진다> 기사참조)

전자업계 한 고위임원은 “UHD(3840×2160)는 한 화면에 들어가야 하는 화소수가 기존 풀HD(1920×1080)보다 4배 정도 많아 TV 크기가 클수록 오히려 만들기 쉽다”면서 “80인치대 제품은 시장 공략보다 관망의 성격이 강하다”고 전했다. 총수가 공개적으로 거론했던 OLED TV 출시에 앞선 시간벌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OLED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게 삼성·LG 내부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임원은 “OLED 발열 이슈가 있었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여전히 OLED 패널 수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된 패널 10대 중 9대는 불량인 셈이다. 패널 수급이 불안정하면 지속적인 TV 양산은 요원하다.

결국 삼성과 LG는 내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도 주력인 OLED TV 외에 UHD TV도 동시에 선봉에 세우기로 했다. OLED TV에 집중했다가는 자칫 차세대TV 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고, UHD TV에 집중했다가는 LCD에 이은 차세대 패널인 OLED의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지난 5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모나코왕국에서 소개한 55인치 OLED TV. 왼쪽부터 권기일 LG전자 TV해외마케팅센터장, 지난해 F1 챔피언 세바스티안 베텔, 조성하 LG전자 유럽지역대표, 영화감독 장 자크 아노, 모델 젬마 샌더슨.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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