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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신용 大해부-음식료]②CJ와 대상의 엇갈린 등급

임명규 기자I 2012.11.22 14:40:00

롯데 AA+ 등급 고수..투자효율은 2% 부족
빙그레는 ''무차입 경영'' 속 高평가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기업 신용도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에는 부채상환능력 등의 재무상황과 실적, 경제·정치적 요소 등 다양한 정보가 함축돼 있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업의 사업내용과 실적 등 제한적 정보만 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데일리는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주요 산업별 핵심 평가 요소를 살펴보고, 기업별 신용 등급 수준과 해당 등급이 매겨진 배경 등 알찬 투자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투자자가 눈으로 보는 신용등급의 이면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신용평가사는 음식료 기업에 대해 시장지위와 안정성, 재무안정성, 규모 및 다각화, 수익창출력 등을 산출해 가상의 모델 등급을 매긴다. 여기에 계열요인이나 인수합병(M&A), 유동성 등 점수로 표현하기 어려운 항목을 감안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22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모델 등급보다 최종 등급이 더 높았고, 대상과 풀무원식품은 평가 점수보다 실제 등급이 떨어졌다. 보유 자산의 가치와 계열사 관련 투자 부담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자료: 한국신용평가
◇CJ제일제당, 최대 영업규모..재무구조는 부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해 4조4211억원의 매출을 기록, 영업규모 면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바이오를 비롯해 일반편의식품, 조미료와 장류, 신선식품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 수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재무구조가 받쳐주지 못했다. 지난해말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44.1%, 현금창출력(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는 7.6배로 식음료 기업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 수치는 평가 등급에서도 각각 BBB와 BB에 그쳤다. CJ그룹 내 성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빚이 늘어난 탓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대한통운(000120)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이 재무안정성 지표를 크게 떨어뜨렸다.

각 항목에서 산출한 모델 등급은 A+를 받았지만 최종 등급은 AA로 두 단계(notch) 높게 매겨졌다. 한신평 관계자는 “단기적 차입금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한다”며 “삼성생명 지분과 부동산 등 보유자산의 가치가 우량한 점을 감안해 실제 등급을 높게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2% 아쉬운 투자효율

식음료 업계 최고 등급 AA+를 받고 있는 롯데칠성(005300)음료는 브랜드인지도와 영업 현금창출력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7.1%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음료시장 점유율 40%대로 업계 1위인데다 롯데제과(004990)롯데삼강(002270), 롯데햄 등 그룹 계열사들도 유통부문에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

투자의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옥의 티’였다. 3년간 영업자산 대비 EBITDA는 15.2%로 다른 기업들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장부가액만 1조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가운데, 업계 1위로서 투자를 지속하는 점이 효율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분석됐다.

◇빙그레 ‘무차입 경영’ 재무안정성 최우수

빙그레(005180)는 안정된 재무구조 속에 고효율을 자랑한다. 지난 3년간 영업자산 대비 EBITDA는 37.3%로 21개 식음료 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고, 6월말 현재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175억원으로 빚보다 현금이 더 많은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매우 낮은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채무상환능력이 가장 중요한 크레딧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연간 매출액은 70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규모가 두 배도 넘는 오리온, 삼양사와 똑같은 AA- 등급을 받고 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8.5%에 달한다.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 등 고객충성도 높은 장수 제품이 빙그레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오리온·삼양사 “같은 AA-도 전혀 다르다”

오리온(001800)은 전 항목에서 A 이상의 고른 점수를 받았다. 특히 3년간 평균 EBITDA는 3561억원으로 21개 식음료 기업 중 가장 높았고, AAA 등급이 매겨졌다. 영업이익률에서도 10.3%로 상위권을 차지하며 AA등급에 올랐다.

삼양사(145990)는 항목별로 들쭉날쭉한 모습이었다. 매출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차입금의존도는 19.1%로 낮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식품 부문의 영업다각화 수준이 낮았고, 영업이익률은 3.8%에 그쳤다. 다만 화학사업 부문의 안정성 덕분에 최종 등급은 모델등급 A+보다 더 높은 AA- 등급을 받았다.

◇대상·풀무원, 해외 계열사 부담

대상(001680)과 풀무원식품은 각각 A와 A- 등급을 받았다. 점수로 합산한 등급보다 실제 등급이 한 단계씩 낮게 형성됐다. 해외계열사에 대한 지급 보증이나 투자 부담이 최종 등급을 낮춘 배경이었다.

대상은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A 등급 이상이었지만, 차입금의존도(지난해 말 37.5%) 부문에서만 유일하게 BBB를 받았다. 풀무원식품은 시장지배력과 EBITDA, 영업이익률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3년간 평균 EBITDA는 231억원, 영업이익률은 2.9%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자료: 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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