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경인기자] 눈과 같은 뽀얀 피부에 잘 다듬어진 긴 머리, 몸매의 곡선을 완전히 드러내는 타이트한 남방과 화려한 악세서리, 때론 긴 손톱에 짙은 매니큐어까지. 우리가 사는 21세기에서 `패션`과 `치장`은 더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때 `계집애같다`고 폄하됐던 남성의 미(美)적 관심은 `메트로섹슈얼`이란 표현을 덧입고 시대의 트렌드로 부활했다. 대표적인 꽃미남인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화장품 광고모델이 된 축구선수 안정환, 탤런트 권상우 등 `예쁜` 남자들이 시대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그러나 신인류 남성의 진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인터퍼블릭의 맥캔 에릭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트로섹슈얼을 잇는 신인류의 포스트-메트로섹슈얼을 "알파 메일(Alpha Male)"로 명명했다. `알파 메일`이란 늑대 집단의 계층에서 최고 우두머리 수컷을 가르키는 용어다.
맥캔은 알파 메일의 가장 큰 특징을 `불안함`, `불만족` 등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아서 밀러의 소설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인 윌리 로만과는 다르다. 윌리는 궁극적으로 파멸했지만, 이들은 자신의 불안정함을 성공의 동력으로 사용할 줄 안다.
"알파 메일은 결코 끝나지 않는 불만족의 여행을 하고 있다. 그 길고 기이한 여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능력있는 카멜레온이 되어야 한다. 멋있는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위해 기꺼이 거금을 지불하고, 그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한다" (맥칸 에릭슨 보고서에서)
신발과 슈트 등 전통적인 패션과 명품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은 메트로섹슈얼과 동일하다. 그러나 메트로섹슈얼이 패션과 치장 그 자체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면, 알파 메일은 자신의 성공을 증명하는 `디저트`격으로 여길 뿐이다.
그들은 또한 만족할 줄 모르는 에너지로 레이싱, 보팅(boating), 경비행기, 도박, 코카인 등 빠르고 위험한 경험을 즐긴다. 맥켄은 이같은 특징을 지목해 알파 메일을 `아드레날린 버즈(adrenalin buzz)`, 즉 힘이 넘치는 남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알파 메일은 심지어 육체적 만족을 얻는데 있어서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그들은 평탄해 보이는 결혼생활과 혼외 애인, 매춘, 성적 일탈 사이에서 기막히게 균형을 맞춘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가신` 이혼이다. 결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라기 보다, 이혼이 자신의 재정상황과 명성에 끼칠 악영향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맥칸의 디렉터인 다윈 콜터는 "그들은 어떠한 것에서도 심지어 관계에서조차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며 "결국 결혼은 알파 메일과 매우 상충되는 개념이다"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인류는 기존의 가치를 부인함으로써 금융, IT 등의 영역에서 `돈`을 벌어들인다며, 자본주의의 본질이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했던 "조셉 슘페터의 후손들"이 바로 알파 메일인 셈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