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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은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고환율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제조업도 절반 이상이 1400원대 고환율이 기업 성장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서비스업이 원하는 적정환율은 각각 1200원대, 1100원대로 조사됐다. 다만 현실은 1300원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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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평균 환율은 1292.7원(21일 현재)으로 작년 대비 무려 12.9% 올라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9월엔 1440원까지 상승,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가격경쟁력 상승에 따른 해외 매출 증대보다 수입원재료 등의 원화환산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효과가 더 커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응답 비중은 34.3%에 불과했고 42.6%가 원가 상승 부담이 더 크다고 답했다. 수출업체의 경우 매출증대 효과가 크다는 응답비중이 64.4%로 높았다. 서비스업은 56.5%가 원가상승 부담이 더 크다고 호소했다.
반면 영업외손익은 증가했다. 9월말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은 업체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상승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란 업체 비중이 34.5%로 가장 높았다. 특히 수출업체는 65.7%로 응답비중이 높았다.
기업들은 환율 상승분을 가격에 어떻게 반영한 것일까. 환율 상승에도 국내 공급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39.8%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은 업체가 60.2%로 많았다. 경쟁사들이 가격을 유지하거나 낮은 시장지배력으로 가격 인상이 어려웠다는 게 그 이유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어 가격 경쟁력이 제고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수출 가격을 내린 업체 비중은 11.3%에 그쳤다. 원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내릴 여력이 없었다고 응답했다.
수출업체의 39.6%만 환헤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대기업이었다. 선박 수주부터 인도까지 장기간 소요돼 환위험에 크게 노출되는 대형 조선사 위주로 환헤지 비중이 높았다. 순수출액 대비 헤지비율도 20%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환헤지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외환수취 및 지급시점을 조정해 환위험을 관리해 굳이 환헤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 비중이 가장 많았다. 환헤지 비율이 낮은 만큼 단기간 내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경우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올해 고환율이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물가 전가 역시 크지 않았지만 고환율은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응답업체의 58.7%가 14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는 경우 장기 성장 또는 사업 연속성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한은은 “환율상승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가 큰 제조업에서도 고환율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점(58.8%)을 미뤄볼 때 이번 원화 절하기에는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업 수익성 측면에서 볼 때 적정환율에 대해 제조업은 1200원대, 건설업 및 서비스업은 1100원대를 꼽았다. 그러나 내년 평균 환율 전망에 대해선 65.8%가 1300원대를 꼽았다. 1200원대와 1400원대는 각각 14.7%, 13.7%에 불과했다. 1200원 미만은 1.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