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활성화 대책]“무슬림·유대인 지갑 열자”…할랄·코셔 산업 육성

박종오 기자I 2016.07.07 11:00:05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무슬림과 유대인을 위한 할랄(Halal)·코셔(Kosher) 산업을 대표 신산업으로 꼽고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인증 지원 등 사업 환경 개선을 바탕으로 3조 4000억 달러(추정) 규모 시장으로의 민간 투자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7일 서울청사에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란 의미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제품을 총칭한다. 코셔는 ‘적절하다’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카쉬롯’의 영어식 표현이다. 유대 민족의 생활과 행위 규범 역할을 한다. 할랄과 코셔 제품은 모두 각 율법에 따른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요구해 국내 기업 진출이 부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할랄 식품 수출액은 3억 6000만 달러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25억 4000만 달러)의 14.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할랄 인증 여건 개선…국내 할랄랩 5곳 등록 추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올해 1월 정부 세종청사 국무총리실 앞에서 할랄 식품 공단 조성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할랄·코셔 인증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국내 식품·축산물·화장품 시험 검사기관 104곳 중 국제기준(ISO 17025)을 만족하는 5곳을 선정해 내년 상반기 중 걸프협력기구 인정센터(GAC), 두바이 인증센터(DAC) 등의 할랄 실험실(할랄 랩) 등록을 추진한다. 국제 할랄 인증 방식이 현장 실사에서 실험실 검사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다른 나라와의 할랄 인증 교차 인정도 확대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300여 개 정부·민간 할랄 인증이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이 업무를 맡고 있다. 이처럼 나라마다 인증 기준이 다르다 보니 기업이 국가별 인증이 각각 취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통상 협력 및 외교 채널을 활용해 KMF와 주요국 할랄 인증 간 교차 인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슬람 율법이 허용하는 것과 금지한 것을 규정한 국내 할랄 인증 표준도 제정해 민간 인증기관·생산업체의 가이드로 제공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다른 나라 할랄 인증 획득을 수월하게 하거나, 국내 인증만 받아도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코셔 인증 지원도 강화한다. 시장 동향, 인증 정보 제공 등을 통해서다.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는 올해부터 코셔 시장 진출을 위한 주요 코셔 원재료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치 등이 금지 원료인 새우 젓갈 대체 원료를 찾지 못해 코셔 인증을 받지 못하는 등 기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중동 관광객,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식품 외 화장품·콘텐츠·포장재 등 다른 유망 상품 지원 전략도 마련했다. 연내 화장품 대표기업, 연구원, 대학 등을 결합한 산학연컨소시엄을 구성해 할랄 화장품 대체 성분 개발, 인증 획득 지원 등에 나선다.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할랄 제품에 한해 인증 표시 및 광고도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 면세점에는 할랄 제품 구매를 위한 숍인숍을 시범 설치하고, 내년 상반기 중 이란·인도네시아에서 ‘원아시아 화장품·뷰티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현지어 자막 번역 지원 등 드라마·게임·애니메이션 수출 지원도 강화한다.

중동 관광객 유치 촉진 대책도 내놨다. 관광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중동권 관광 통역 안내사 확대, 할랄 식당·기도실 등 편의시설 확충 등을 추진한다. 직업과 학력이 확실하면 자산증명서 등 서류 제출을 면제하고, 중동 국비 환자의 동반 입국 가족 모두와 간병인에게도 완화한 비자 발급·연장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정부는 주요국 할랄·코셔 인증제도 설명회 개최, 인력 양성, 마케팅 지원 등 인프라 확충과 홍보 강화 방안도 시행하기로 했다.

◇할랄 반대 여론 어쩌나…

그러나 정부가 산업 육성에만 치중했을 뿐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도, 전북 익산, 경남 창원 지역 시민단체 등이 할랄 자본 유치 및 전용 식품 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등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反) 이슬람 정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동 관광객 유치 촉진 방안 역시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9월 한국을 IS에 맞선 ‘십자군 동맹국’으로 규정하고 위협 수위를 높이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측면도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번 대책은 종교와 무관하게 신시장 개척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테러 단체 등의 우려는 관계 부처 간 정보 공유, 검문검색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해 국민 불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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