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아시아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를 대체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고 있을까? 금융위기 이후 소비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 회복세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강력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 국가들은 서구 선진국의 경제 회복 이전에 경제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소비가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아시아의 소비는 이미 글로벌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엔진으로 자리잡았다며,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의 구매력에 주목했다.
◇ 亞 산업생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
지난 5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감소세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의 산업생산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대만의 산업생산은 지난달까지 석달 동안 연율 8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JP모간은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의 GDP 증가율이 올 2분기에 7%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아시아가 미국으로부터 탈동조화(디커플링)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통념처럼 아시아의 미국 소비자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미국인의 소비 위축은 아시아 경제 위기에 영향을 미친 한 요인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의 GDP 증가율 하락은 수출 급감보다 내수 감소에 더 핵심적인 원인으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상반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은 기업 이익과 구매력에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해 내수는 더욱 위축됐었다.
◇ 소비 탄탄대로
아시아의 소비는 탄탄 대로를 걷고 있다. 금융위기 충격으로 소비가 위축된 일부 국가에서도 최근에는 회생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의 소비는 글로벌 경기후퇴 기간 동안에도 5%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소매 판매는 지난 한 해동안 15% 증가했다. 이 수치에 정부 조달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정부 조달을 차감하더라도 실질 소비 지출 증가율은 9%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지난 1~5월 중국의 가전, 의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22%, 47% 늘었다.
일부 국가의 소비는 실업률 상승과 임금 하락으로 저조했으나 최근 개선 추세에 놓여있다.
홍콩, 싱가포르, 한국의 실질 소비자 지출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이는 미국의 소비 지출 감소율을 능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석달 동안 대만의 소매판매는 증가세를 나타냈고, 한국의 백화점 판매도 5월까지 5% 늘었다 .
◇ 향후 소비 전망도 밝아
지난 5년 동안 아시아 이머징 국가의 소비자 지출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높은 연평균 6.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GDP 대비 소비 지출 비중은 감소했는데, 이는 투자와 수출이 소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지 소비가 위축된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에서 민간 소비는 GDP의 50~60%를 차지한다. 다만 중국의 GDP 대비 소비 비중은 지난해 35%로 지난 2000년(46%)보다도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가전제품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소비 촉진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소비를 촉진하는 한 방편으로서 `대출 확대`를 감안하면 아시아의 소비는 확대 여력도 크다. 현재 대다수 아시아 국가에서 GDP 대비 가계 채무 비중은 50%에 못미친다. 선진국들에서 이 비중이 보통 100%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이 수치는 15% 미만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국은 예외적으로 80%를 상회하고 있다 .
중국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대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국은 지난달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내구재 구입시 개인 대출을 제공하는 소비자 금융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성장 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옮기면서 환율 절상을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환율 절상은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고,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지만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수 확대를 도모하고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딜레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