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코스피가 3주만에 되찾은 1600 고지를 하루만에 내줬다. 25일 코스피는 한 마디로 내우외환이었다.
밤사이 뉴욕증시는 주택판매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미국의 주택경기는 신용경색 위기의 근원이기도 해 글로벌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
여기에 고용시장 악화와 국제유가의 반등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뉴욕증시는 급락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아직까지는 약세장임을 실감해야 했다.
국내증시 사정 역시 그다지 편안치 못했다. 아침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민간소비는 4년래 최악이었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방침 발표로 인해 시장 분위기 또한 뒤숭숭했다.
기업들의 실적발표도 찬물을 끼얹긴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005930)는 올 2분기 1조8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실망감을 안겨줬다. KTF(032390)는 9년만에 적자전환했고, 기아차(000270)는 매출이 줄었다. 이들 주가는 모두 내렸다.
결국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8.21포인트(1.73%) 내린 1597.93에 거래를 마쳤다. 1600선을 지키기 위한 시도가 장중 내내 이어졌지만 또 다시 매도로 돌변한 외국인의 변심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전일 34거래일만에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은 역시 진심이 아니었다. 개장초 잠시 순매수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매도우위로 돌아서며 오늘 하루 1837억원 순매도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물량을 받아낸 건 개인과 일부 기관. 하지만 무엇보다 일등공신은 이번주 내내 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매였다. 프로그램 거래는 4382억원의 순매수로 5일 연속 매수우위를 이어갔다.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기준인 베이시스가 여전히 강세였다. 이날도 2.5포인트를 상회하는 초강세가 지속됐다. 이에 차익거래로 2009억원의 순매수가 찍혔다. 지수가 반등기미를 보이자 저가매수에 나선 2373억원의 비차익 거래 물량도 지수 방어의 원군이었다.
지수 하락에 증권주들이 제일 먼저 몸을 사렸다. 한양증권(001750)과 우리투자증권(005940),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의 낙폭이 컸다. 최근 반등장을 이끌었던 은행주도 오늘은 다소 밀리며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전기전자 업종도 타격을 받았다.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4% 이상 밀렸고, 삼성전자 외에 LG전자(066570), LG디스플레이 등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주인공인 삼성전자는 6%나 급락했다.
전날 지수 반등의 선봉에 섰던 대형주들이 급락세를 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포스코(005490)가 3.8% 하락했고, 국민은행과 현대차(005380)도 2% 이상 떨어졌다.
주말이라 그런지 거래는 뜸했다. 거래량은 2억6338만주에 불과했고, 거래대금도 4조2919억원에 그쳤다.
상한가 6개 포함, 228개가 올랐고, 하한가 2개 포함 582개가 내렸다. 보합은 80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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