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좀 비싸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통신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기에 어쩔수 없다고 여겼다.
그러던 김씨는 이달초 한 광고를 보고 이른바 '결합상품'(초고속인터넷+휴대폰)을 통해 월 7000원의 정도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차피 돈을 더 내라고 해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통신서비스들인데, 여러 개를 묶어놓은 상품을 구입하면 요금을 깎아 준다니 즉시 가입한 것이다.
7월부터 본격화 된 통신 결합서비스 시장을 놓고, 값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업자 간에도 경쟁이 불붙었다.
통신사들은 결합서비스를 통해 한번 가입한 소비자가 경쟁업체로 쉽게 옮기지 못한다는 효과를 노리는 한편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휴대폰, 방송 등 별도로 판매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묶어 할인해주는 것이 결합서비스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로 KT(030200)·KTF(032390)·SK텔레콤(017670)·LG데이콤(015940)·LG텔레콤(032640)·하나로텔레콤(033630) 등에서 출시하는 초고속인터넷·휴대폰·집전화 등 결합상품을 잘만 고르면 10% 안팎의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3세대(G) 이동통신과 와이브로, 통신사업과는 다른 시장영역이라 여겨지던 방송서비스까지 결합이 가능해지고 있다.
◇결합상품, 통신업체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어
최근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가입자 한계선에 도달하면서, 유·무선을 막론하고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성장한계에 부닥친 시장은 사업자간 경쟁심화로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만 심화된 상태. 때문에 통신사들은 기존 서비스 및 신규 서비스를 활용한 결합상품으로 가입자 고착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두 세가지 이상 서비스가 묶인 결합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한 가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타사업자로 이동하려고 해도 다른 서비스마저 해지하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된다.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은 기존 서비스에 안주하며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합서비스는 가입자당 매출(ARPU)을 증대시킬 수 있다. 사용자가 결합서비스에 가입하면 두 세 가지의 서비스를 이용하므로 ARPU가 상승하고 사업자의 매출도 증가한다.
또 통신사업자들의 전반적인 비용도 감소시킨다. 사업자들은 여러 가지 상품을 분리해 마케팅하는 것보다 하나의 결합서비스를 마케팅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요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잇점이 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송준호 연구원은 "유럽 27개국의 결합상품 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통합 청구서가 편리하다`거나 `요금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에서 결합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서비스상품 조합 개발로 인한 경쟁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결합서비스가 활성화 단계에 진입한 유럽은 5가구 중 1가구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결합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시장 한판 격돌
결합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통신시장에도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우선, 결합상품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KT그룹(KT·KTF)·SK텔레콤·LG통신그룹(LG데이콤·LG텔레콤·LG파워콤)·하나로텔레콤 등 4개 통신업체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가입자 이탈방지로 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수성하려는 업체가 있는 반면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려는 업체들의 전략이 극명하다.
KT그룹은 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휴대폰 서비스를 하나로 묶으면서 자회사인 KTF의 2세대(G) 보다는 3G 서비스를 선택, 신규서비스 활성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기존 가입자 이탈방지에 결합상품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가입자의 50% 수준을 확보한 만큼, 추가적인 가입자 확보를 위한 기본요금 인하보다는 기존 가입자간 할인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배적 사업자는 아니지만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과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를 결합상품으로 내건 LG통신그룹은 인터넷과 유선전화 가입자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 또 하나로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하나TV 등 세가지를 묶은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통신결합서비스 활성화는 단순히 업체간 경쟁 가속화에서 벗어나 통신·방송업계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현재 4개 통신업체군과 다수의 방송업체로 구성돼 있는 통신방송업계가 4∼5개의 정보통신업체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국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7월부터 KT와 SK텔레콤 등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서비스가 허용되면서 업체들이 많은 상품을 출시했지만, 결합서비스 시장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 경쟁사의 전략을 확인한 후 대응하려는 모습"이라며 "올 4분기부터는 결합판매의 수와 할인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일반전화와 인터넷전화간 번호이동제도가 허용되고 IPTV가 도입되면 결합서비스는 통신과 방송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유무선 통합, 통신과 방송간 융합이 확대되는 만큼 결합상품은 통신과 방송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게 된다"고 밝혔다.
◇할인폭·할인범위 더 늘어나야
현재 국내에서 이용률이 가장 높은 통신서비스는 유선전화와 2세대 휴대폰 서비스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결합상품에는 유선전화와 2세대 휴대폰 요금할인 부분이 소외된 느낌이라는 지적이다.
또 아직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방송이 결합한 트리플서비스도 완벽하지 않고, 할인폭도 기대보다 크지 않아 더 늘려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정보통신부는 통신사업자에게 통신요금 인하를 강제하지 않는 대신 통신 결합상품 판매 등 시장 기능 활성화로 요금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통신업체들이 결합상품에 좀더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사의 전략에 따라 사용자 중심의 결합상품을 출시하기 보다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품목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요구를 반영해 주는 것이 결합서비스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