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문영재기자]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은행 대출을 위해 회사재산 등을 담보로 제공, 이른바 LBO(자금차입에 따른 기업인수)식 기업간 인수합병(M&A)을 추진했더라도 회사회생을 목적으로 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라는 첫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회사 재산상의 손해 발생 여부가 아니라 배임의 고의성이 있느냐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한 것이어서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유사 사건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7일 은행 대출을 위해 이사회 등을 거치지 않고 회사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H건설사 대표 김모씨(54)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식회사 상호간이나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동일인이라 할 수 없고 여러 회사가 사실상 1인 주주나 대주주의 소유에 속하거나 그 지배아래 놓여있다고 해도 1인주주나 대주주에 의한 임무위배행위가 있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된다"며 "그러나 김씨는 H사의 사실상 1인주주로 결국 H사의 손해는 피고인의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 되므로 이같은 경우 배임의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배임죄에 관련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는 현실적인 손해를 끼친 경우 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H사는 재산상 실제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H사를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은 모두 자사의 채무변제 자금으로 사용됐고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만약 회사재산이 담보제공됐다는 한가지 측면만으로 처벌할 경우 모든 LBO가 배임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LBO방식으로 회사 인수가 이뤄진 것이 회사에 어떤 이익을 주고 회사가 그로 인해 회생할 수 있었는지, 배임죄에 대한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2001년 3월 서류상으로만 존재(페이퍼컴퍼니)하는 S회사를 설립한 뒤 당시 법정관리 상태였던 H건설사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67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벌금 50억원이 선고됐다.
한편 원심은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손해발생의 위험이 큰 회사재산을 담보로 제공했다며 배임죄를 인정, 유죄를 선고했다.
◇LBO(Leveraged buyouts)=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매수할 때 100% 자기자금으로 매입하지 않고 일부나 전부를 차입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매수한 자산을 다시 매각할 경우 100% 자기자금으로 매수했을 때보다 몇배의 증폭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매각가격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경우 LBO가 흔히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