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개인④)개인회생제 `이런점 주의해야`

홍정민 기자I 2004.08.17 14:30:30

신청 까다롭고 면책 폐지 위험..5년대 다시신청 못할 수도
8년동안 생계비외 꼬박꼬박 상환 `가혹할 수도`

[edaily 홍정민기자] 내달 23일부터 시행될 개인채무회생제도는 적용 대상이나 규모에 있어 다른 채무조정보다 훨씬 유리하다. 게다가 능력껏 상환한 뒤 최장 8년이 지나면 모든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 많은 채무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신청절차 자체가 까다로운데다 한번 면책폐지 판결을 받을 경우 5년동안 재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청에 앞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관계자들은 권고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8년이라는 시간동안 채무상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실제로는 가혹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다른 채무조정제도에 비해 적용규모나 대상이 넓은 만큼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채권금융기관들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청절차 복잡..면책 폐지땐 5년내 신청금지 개인회생제도는 일단 신청절차가 복잡하다. 본인의 재산 목록과 채무 현황 관련 서류를 직접 발급받은 뒤 일일이 법원에 신고해야 하는데 허위로 신고했을 경우 회생 절차가 곧 취소된다. 그 뿐 아니라 5년내에 재신청이 금지된다. 채무조정을 신청한 뒤 변제계획안이 확정될 때까지의 기간도 상황에 따라 수개월가량 소요될 수 있어 개인워크아웃보다 길다. 더구나 졸업하면 동시에 기록이 삭제되는 개인워크아웃과 달리 개인회생제도는 면책이 되더라도 최소 3년정도 기록이 보존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최장 8년동안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꼬박꼬박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채무자들에게 관대하다기보다 가혹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채무상환기간중 일정기간 상환하지 못하면 면책폐지 처분을 받을 수 있어 신청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관계자들은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제도는 엄청난 부채로 파산 직전까지 몰린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으로, 법적인 조정까지 거치게 되는 만큼 구제를 받기까지 다른 채무조정제도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채무자들은 이를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대한 처분..모럴해저드 우려 개인회생제도의 경우 적용범위가 여타 채무조정 제도에 비해 큰데다 최장 8년동안 갚을 수 있을 만큼만 갚은 뒤 모든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몰릴 수 있다. 그만큼 모럴해저드의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적용 채무범위는 무담보채무 5억원, 담보채무 10억원 등 총 15억원으로 3억원 이하인 개인워크아웃제도보다 규모가 크다. 모든 재산이 처분되고 피선거권 및 시험응시 자격을 박탈당하는 개인파산에 비해 개인회생제도는 공무원, 의사 등 전문자격을 유지하면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 대출금뿐 아니라 백화점 연체금, 일반사채 등도 감면받을 수 있어 많은 채무자들의 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배드뱅크다, 신용회복위원회다, 신용불량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구제조치가 너무 많다"며 "각각 적용대상이나 방법은 다르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계속적으로 나올 경우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가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채권자 부담 `눈덩이` 불만 제기 이처럼 채무자들에게 관대한 제도가 채권금융기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채무자들이 채 갚지 못한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노출된 채권금융기관들의 불만도 높아질 수 있다. 채무자와 채권자간 합의하에 이뤄지는 개인워크아웃과 달리 채권자의 동의없이도 채무자가 독자적으로 변제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어 권리 침해 가능성에 대한 채권금융기관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채무자는 개인회생을 신청한 뒤 2주내에 모든 채무 및 재산내역과 8년안에 갚을 수 있는 변제계획안을 제출하게 되는데 법원의 승인시점까지 최장 4개월까지 모든 재산에 대한 가압류, 담보권설정, 채무변제 요구, 강제집행 등이 중단된다. 법원이 채권자들의 이의신청을 받은 뒤 변제계획안을 최종 인가하면 채권자들은 비로소 담보권 실행 등을 통해 채권회수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채권금융기관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개인채무회생법의 기본 취지를 지키기 위해 채권자들보다는 채무자들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채무회생법에 대한 불만이나 우려를 담아 연합회 차원에서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개인채무회생법이라는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는 등 고의적으로 상환을 이행하지 않거나 채권자에게 허위로 부담을 증가시킬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채권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개인채무회생법 적용대상 채권에 백화점 연체금이나 사채까지 포함돼 있음을 감안하면 금융기관들이 채권자들의 채무관계나 재산상황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장 8년까지 채권회수가 늦어지는데 따른 손실과 8년이 지난 뒤 미상환분을 떼일 수 있는 위험도 금융기관들에게는 부담이다. 특히 이 경우 각 은행들의 대출심사 기준이 더욱 엄격해져 결국 금융소비자들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카드문제의 경우 카드사에게도 책임이 있었지만 개인파산의 경우는 다르고, 리스크 심사를 철저히 한 뒤 실시한 대출에 대해서도 은행이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경영이 악화되는 것는 물론이고 여신심사 강화 움직임이 가속화돼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금융기관들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은 개인채무회생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시행을 맡고 있는 법무부는 이번 제도가 애초에 채권자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채권자들의 `볼멘 소리`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인채무회생법은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들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미국에서 도입된 채무회생법하에서는 채무상환기간이 3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나, 채무자들이 파산을 신청할 경우 채권자들이 훨씬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며 채권자들에게 유리한 제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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