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옛 소련국가 주권 없다" 주불 대사 막말 진화 안간힘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옛 소련 국가들은 주권이 없다’며 논란을 일으킨 루샤예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발언에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

루샤예 주프랑스 중국대사. (사진=AFP)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루 대사의 발언이 중국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지 묻는 질문에 “중국은 소련 해체 이후 관련 공화국들의 주권 국가 지위를 존중한다. 중국은 소련 붕괴 후 관련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최초의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답했다. 이는 루 대사의 발언을 공식 부인한 것이다.

앞서 루 대사는 지난 21일 프랑스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실효적인 지위라는 것이 없다”고 말해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비롯한 유럽의 반발을 샀다. 그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의 영유권에 대해서도 각국이 어떻게 인지하는지 등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독립국의 주권을 부정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 표명과 동시에 루 대사의 발언이 국제적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루퉁 중국 외교부 유럽국장도 이날 프랑스 대사와 유럽연합(EU) 대사를 만나 중국의 공식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 역시 웹사이트에 프랑스어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루 대사의 발언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며 개인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이다. 과도하게 해석돼선 안된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공식 위챗 채널에서 루 대사의 인터뷰의 프랑스어·중국어 녹취록도 삭제했다.

발트 3국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중국 고위급 관리를 공동으로 초치, 루 대사의 발언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가브리엘리우스 란트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중국은 이미 한 편을 선택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편을 들었다. 중국은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EU에서는 이번 논란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중국 외교부 측의 해명에 “좋은 소식”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그것은 명확하다. 이 사건이 정당하게 해명됐다고 믿는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