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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가 국운 결정…한국판 '국가경제위' 설립해야"

이준기 기자I 2022.03.06 19:01:10

2019년 日 수출통제, 작년 요소수 사태 겪고도…
전문가들 "美처럼 NSC와 대등한 NEC 신설" 조언
기업,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 전략 짜기 우왕좌왕
"韓, 리더…자유주의·자유무역 가치 목소리 내야"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준기 김상윤 기자] “청와대에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같은 한국판 국가경제안보국을 설립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간 유기적 연결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유명희(사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대(對) 중국·러시아’로 양극단화하고 있는 신(新) 냉전과 관련, “기술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인 경우가 상당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재래식 무기 싸움이 아닌 첨단기술을 통한 안보와 기술, 통상, 산업 등이 융합한 고차방정식 상황이라 각 영역에서 따로 관리하면 대응이 어렵다”며 거듭 역설했다.

앞으로 경제안보는 국가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의제인 만큼, 미국과 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등한 구조를 갖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NSC와 유기적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도체회의를 주재한 것처럼 미국은 NSC와 NEC 인사들이 양쪽에 모두 소속돼 있다”면서 “안보에서 터지는 파장이 경제에 미치는 만큼 양쪽을 유기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일본도 경제안보 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2019년 일본의 수출 통제사태, 지난 요소수 부족 사태 등 겪으면서도 경제안보라는 개념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산업부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칸막이 대응으론 부족하다”고 짚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를 지낸 한 인사도 “최소한 NSC를 확대해 경제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은 신냉전에 따른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제대로 된 전략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여파로 베트남 등 아세안 쪽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대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동참하지 않은 베트남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SK·LG·포스코 등이 ‘각자 도생’ 식으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등 미 정계 거물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보에 따라 경제가 움직이는 만큼 더 세부적으로 진출 시장 및 공급망 재편 등의 전략을 짜야 하는 기업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한국은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임에도, 국제 리더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권·민주주의·자유무역 등 가치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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