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캠핑을 다니면서 이처럼 관심을 끌긴 처음이다. 하긴 검투사랑 동반으로 캠핑장에 갔으니 말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다. 그것도 빨간색이다. 뭐라고 설명하기 보다는 그냥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엄청 크고 매력적이고 그리고 기름도 검투사의 막강 체력만큼 펑펑 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로 얼마전 일반 도로를 시승했었다. 당시만해도 글래디에이터의 잠재력을 알기에는 20% 부족했다. 픽업트럭하면 뭐니뭐니해도 레저와 찰떡 궁합이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캠핑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다. 이번 시승은 색다르게 진행해봤다. 캠핑과 차박 사이에 위치한 ‘차밖(?)’을 시도했다.
종종 적재함에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를 투척하는 경우도 생긴다. 짐을 넣어두면 도난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글래디에이터는 배드라이너라고 불리는 적재함 덮개를 기본 제공한다. 별도 잠금장치가 있어 테일게이트를 열지 않으면 짐을 꺼낼 수 없다. 적재용량은 최대 1005L다. 짐을 가득 싣고 성인 4명이 캠핑을 떠나기 충분한 용량이다. 이것도 부족하다면 배드라이너를 개방하고 짐을 쌓아 올린 후 동여 매면 된다. 곳곳에 필요한 고리가 마련되어 있다.
2열 시트는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방석을 들어올리면 분리가 가능한 수납함이 숨어있다. 별도의 잠금장치도 마련돼 캠핑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2열 방석을 들거나 2열 등받이를 폴딩해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내가 더러워질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그냥 물청소를 해주면 된다. 지프는 그렇게 타는 차다.
텐트를 펼치고 누워보니 웬만한 차박보다 훨씬 좋다. 더불어 밀폐된 차 안과 달리 텐트는 외부와 공기가 통한다. 한겨울에도 전기요와 미니 난로, 침낭, 매트만 있으면 충분히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발포매트와 에어매트를 준비하니 등이 베기지 않고 안락한 공간이 마련된다. 새벽은 쌀쌀하지만 동계 침낭으로 충분하다. 차박을 하면 아무래도 불편에 오전 6시 정도에 눈이 떠지지만 이번 차밖은 해가 중천에 뜬 8시에도 쿨쿨이다. 늦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다. 간신히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적재함 위에 누워있다. 문제는 적재함을 내려갈 때다. 이 때를 대비해 글래디에이터 적재함 귀퉁이에 발판이 있다. 볼록 튀어나온 펜더나 두터운 타이어를 밟고 내려와도 된다.
글래디에이터는 개성 만점이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자연에서 그리고 적재함을 십분 활용할 때 빛이 난다. 국내 배정된 300대는 이미 완판이다. 지금 계약하면 내년 초에 받을 수 있단다. 가격은 6990만원 최고급 사양인 루비콘 단일 트림이다.
한 줄 평
장점 : 어디서나 주목받고 싶다면! 포르쉐보다 더 많이 쳐다본다
단점 : 역시나 길다. 주차할 때마다 진땀..발렛 맡기면 정말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