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의 전용면적 75㎡짜리 호가는 24억원까지 치솟아있다. 지난 17일 23억원에 물건을 내놨던 한 집주인은 나흘만에 호가를 5000만원 올리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지난 5월 17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6월에 20억원대를 회복해 21억3300만원을 찍었다. 이후 다시 한 달 만에 호가가 2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급확대를 위해 공공재건축과 규제 완화 얘기가 나오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인근 리센츠, 엘스아파트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생각하고, 매수 문의하는 분들은 재건축이 곧 될 것이라 기대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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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어 4~5월 셋째 주까지 매주 평균 0.16%씩 떨어지던 아파트값이 상승전환 후 고공행진 중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한 작년 12·16대책의 여파가 시간 차를 두고 나타났다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속에 실수요자들의 추격매수로 값이 오르는 중”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시범아파트도 집값 우상향 추세가 뚜렷하다. 전용 79㎡가 6월 초 14억원에서 같은 달 말 15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은 16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이 단지 인근의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을 다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호재의 기대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목동과 여의도 재건축을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매물이 없으니 호가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공재건축 도입, 재건축 규제완화설이 호가를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공공재건축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채납을 25%로 늘리는 대신 현재 최고 15층인 건물 높이를 최고 50층으로 짓겠단 계획을 세운 뒤 3년이 되도록 진척이 없자 공공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단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단 전언이다. 층고를 50층까지만 늘려도 이 단지는 현재 3930가구에서 637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재탄생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나 강남 은마아파트는 시의 인허가 문제로 워낙 고생해서 공공재건축 도입 시 참여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는 중”이라며 “정부 뜻대로 임대 물량을 늘리는 대신 용적률을 높여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6·17대책을 통해 재건축 규제 강도를 더 높여놓은 만큼 공공재건축이든 일반 아파트재건축이든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시장의 호응이 나올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분양권 취득을 위한 2년 실거주 의무 요건 △안전진단 강화 등 겹겹의 규제로 재건축 동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다. 윤 수석연구원은 “조합원의 기대수익률이 많이 훼손돼 있다”며 “강화한 규제를 유지하면서 35층 이상 짓게 하고 용적률을 늘려준들 반응은 뜨뜻미지근할 것”이라고 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은 “강남 압구정이나 여의도 쪽에선 다음 정부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여론이 강해 재건축 규제 완화설에도 큰 반응이 없다”며 “종상향을 통해 현재 200~230%인 용적률을 400%정도로 대폭 늘리고 층수제한을 풀어야 조합들 호응을 얻고 주택공급량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