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총회 연기 ‘속출’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국 정비사업 곳곳에 불똥이 튀고 있다. 조합 내에서 사업 진행을 위한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총회를 열어야 하지만 많게는 수천 명이 한 곳에 운집하다보면 자칫 병이 확산되는 자리가 될 수 있어 대규모 총회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앞둔 사업장일수록 부담이 더 크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총회에는 조합원의 과반수(대리인 포함)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예컨대 10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사업장이라면 501명이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 강북권 대형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도 이달 8일로 예정된 총회를 취소했다. 당초 총회에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안건을 결의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미뤄진 것이다. 갈현1구역은 총 공사비만 9200억원 규모로 서울 정비사업 최대어 ‘한남 3구역’ 다음으로 꼽히는 사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그 누구보다 빠른 사업 추진을 열망하고 있지만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애가 타고 있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총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 범일2구역 재개발 조합도 이달 총회를 열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총회 개최가 어려줘져 이 역시 기약없이 미뤄졌다.
시공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총회 지연에 따른 당장의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 장기화시 리스크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금전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없다”며 “다만 시공사 선정 여부에 따라 그 다음 단계을 진행해야 하는데 무작정 기다려야 하니 곤혹스러운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공사 선정 일까지 사전 홍보 활동을 해야 하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따른다. 건설사들의 사전 홍보 활동은 조합원들을 만나 사업 참여 조건이나 설계 등을 소개하는 게 주된 업무인데 대면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장 활동 대신 TM(텔레마케팅)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건설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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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부 총회를 강행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충북 청주의 사직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정기총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청주시로부터 총회 연기를 권고받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감염 확산 우려를 줄이고자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총회를 열기로 대책을 세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도 4월 초로 예정한 시공사 선정 총회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나고 있지만 전날 대비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어 4월에 감염 우려가 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주비 이자만 한 달에 4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공사 선정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부동산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조합 총회에서 ‘직접출석’을 못 박은 현행 법령을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