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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균형-소통' 강조한 권오현의 마지막 당부(상보)

이재운 기자I 2017.11.01 10:17:43

"1위 안주한 과거 기업들, 한순간에 무너졌다" 경고
"기존 방식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 만들어가자" 당부
윤리의식-사회적 책임 고민..일과 삶 균형도 강조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 소재 모바일연구소(R5) 전경. 삼성전자 홈페이지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과거의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한 순간 무너졌다. 우리도 과감한 도전과 혁신으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을 갖춰야 한다.”

내년 3월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진·부회장)는 앞으로 회사를 이끌 후배들에게 이같은 당부를 남겼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금 시점에 취하지 말고, 오히려 더욱 강하고 빠른 개혁을 통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 사업장(삼성디지털시티)에서 권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48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권 부회장은 창립기념사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회사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은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의 결실”이라면서도 “일부 사업의 성장 둔화, 신성장동력 확보 지연 등 여전히 많은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어쩌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1위 안주 말고 새로운 방식 찾아야” 도전과 혁신 강조

이어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 순간에 무너졌고, 우리도 사업 재편, 경영 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다가올 10년은 사회 및 인구구조, 기술혁신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며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산업은 급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며, 고객의 요구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이런 시기에 기존의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기존의 생각을 뛰어 넘는 과감한 도전과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서 우리에게 더욱 높은 윤리의식,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성화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자세를 갖고 외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자”며 “다시 한 번 초심을 되짚어 보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윤리의식-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도 내비쳐

기념사를 보면 삼성전자가 현재 처한 현실과 미래 모색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요약해보면 △1위에 안주하지 말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자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 수평적 자세로 외부와 소통하자 △윤리의식 강화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자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현재 최고의 순간을 기록한 점에 구성원들이 지나치게 심취하지 않고 계속된 도전과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심을 되짚자’고 강조했다. AI와 IoT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을 넘어 시장과 사회를 이끌어가는 삼성전자의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 속에서 기존의 ‘열심히’가 아닌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더욱 더 높은 사회적 요구를 고려해야하는 점도 언급해 사회적 역할과 지위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동시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또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워라밸(개인 삶과 회사 업무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며 삼성전자 조직문화의 변화도 계속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삼성은 과거 토요일을 쉬는 ‘주5일 근무제’,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빠르게 퇴근하는 이른바 ‘7·4제’, 주당 40시간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등을 국내 기업 중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등 유연한 조직 문화에 대한 여러 시도를 이어왔다. 또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외부인사인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다양한 시도 역시 진행 중이다. 내년 초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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