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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로 국정감사를 방불케 하는 정책질의가 이어졌는데, 몇몇 국회 의원들의 발언은 청문회가 끝난 다음 날까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배달앱 국가가 만들어 제공하라”(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김 의원은 “2015년 미래부는 외주보정 캡슐 내시경 개발에 81억을 투자해 우영메디칼이라는 회사에 지불했다”며 “배달앱은 수많이 많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렸는데 80억, 100억을 못쓸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없이는 못살고 전자상거래가 작년에 65조 규모나 됐다. 스마트폰 거래 플랫폼 자체가 국가가 만들어서 제공하는 SOC(사회간접자본)이다. 근본적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는 “시장도 봐야 하지만 공공재적 성격도 봐야 한다”며, 애매 모호한 언급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민간 주도로 가야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모르는 질의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배달앱 서비스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불만이 있다면 살피고 불공정 거래가 있는지 확인할 순 있지만, 국가가 직접 개발해 공급하자는 건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관점디자이너)는 “배달앱 시장은 이미 스타트업들이 뛰고 있는 시장”이라며 “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죄인가. 이런 식이라면 (통신사뿐아니라)네이버도 카카오도 공영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후보자는 5일 미래부 공식 자료를 통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답변은 배달앱 등과 같은 서비스는 시장자율로 제공돼야 하고, 국가가 직접 개발·운영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앱 수수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지원과 불공정거래 개선 등의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LG가 삼성 휴대폰에 뒤지지 않았나..잠이 안 온다”(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강 의원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무부처 장관으로 (LG전자·LG CNS 출신인)유영민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하면서 “요즘 잠이 안 온다. LG가 삼성 휴대폰에 뒤지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 못 만났으면 장관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유영민 후보자의 저서)‘상상, 현실이 되다’는 IT담당 전문기자 정도면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으니 장관이 되시면 배전의 노력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강효상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의 결혼식에 유 후보자가 갔다는 점, 청와대에 가서 부부동반 식사를 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보은 인사’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유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비난으로 읽힌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강 의원의 발언에 놀라고 화났다”고 말했다.
◇신경민·김경진 “기업 CEO 불출석은 국회·국민 무시” vs 변재일 “정경유착 엄격히 법 집행 , 공직사회 무거운 책임 가져야”
국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LG전자 대표이사(CEO)들을 이날 증인으로 부르려했지만 간사 협의 끝에 임원급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민주당 신경민 간사는 “대단히 부적절한 이유를 대서 국회를 무시했다”며 “곧 국감이 있을 텐데 그때는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간사도 “이는 미방위 소속 24명의 의원을 모욕한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모독한 것”이라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거대 자본의 위치가 이 정도라는 걸 알고, 그 세력을 뛰어넘는 용기와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감도 아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이런 사고는 ‘국회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일자리를 만드는)기업들 위에 있다’는 권위 의식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권력이 정치권력에서 시장으로 넘어간 것은 사실이나, 윽박지르기가 아니라 엄격한 법집행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변재일 의원(민주)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이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면서 “이제는 정상 위치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러려면 공직사회가 먼저 깨끗해야 엄격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다. 시장으로의 권력이동이 최순실 게이트를 만들었는데, 이제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주주자본주의도 변하고 있다”며 “시대의 변화를 확실히 읽어서 미래부는 과학기술이나 ICT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방향제시를 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유영민 후보자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