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부동산 시장은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를 외면하는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사회간접자본(SOC)을 복지와 대립적인 시각으로 보고 예산을 축소하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SOC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이석준 우미건설 대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소속 18개 단체를 비롯해 건설·부동산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 자영업 단체 등 총 26개 건설단체가 12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주택·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호소문’을 통해 이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호소문은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가 발표했다. 이 대표는 “4·1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근로자와 서민들의 생존은 위협을 받고 있다”며 “국회는 건설·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안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단체들이 이날 호소문을 발표한 이유는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2012년 건설투자와 국내 건설 수주규모가 감소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어서다. 실제 연간 13만명의 건설근로자 일자리가 줄었고 중개업소는 1만6500여 곳이 폐업했다. 10만여명이 종사하는 이사업체의 40%가 감소하면서 주택·건설 산업은 물론 관련 중소 자영업자와 서민가계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삼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 산업은 10년 전으로 퇴보한 상황”이라며 “SOC 투자는 국민의 삶 향상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단체들은 국회와 정부가 4·1 대책 관련 민생법안처리를 뒷전에 두고 있고 내수경기와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SOC 예산 축소 계획 발표 등이 주택·건설시장을 침체에 빠뜨린다고 판단했다.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은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정책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무산됐다”며 “4·1 대책에서 생애 최초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줬지만 근로소득 기준을 변경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부동산정책을 조금씩 완화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발표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사업을 34년간 해왔는데 옛날 잘 나가던 시절을 기준으로 규제를 하고 있어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민생을 챙기고 정부는 패키지로 부동산정책을 발표하면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건설업계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얘기됐다.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전국 8만3000명의 회원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며 “과도한 징벌적 과세제도 때문에 (주택시장은 물론) 토지시장도 얼어붙어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모두 풀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 건설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실적공사비 기준과 표준품셈으로 인해 부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정부는 실적공사비 제도를 폐지하고 표준품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수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현재 제도는 개발이익이 많다고 판단했던 때보다 강화돼 민간보다 공공이 과도하게 이익을 챙기는 상태”라며 “구도심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등이 묶여 공급 부족 탓에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