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아랍권, 빈 라덴 사망놓고 반응 엇갈려

김기훈 기자I 2011.05.03 13:21:45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
과격단체, 결사항전 의지 재확인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에 아랍권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빈 라덴이 과격 테러리즘을 선동해 무슬림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판단하는 이가 다수지만, 서방 중심의 세계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투사로서 빈 라덴을 기억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그리워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또 서방과의 결사항전을 부르짖는 무장 정파들은 강력한 보복을 다짐하며 서방을 위협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빈 라덴의 고향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은 환호와 애도 등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죽음을 부인하고 서방의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우디 동부 알-카티프에서 온 모하메드 알 사이디 씨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인 대다수는 그를 범죄자라고 생각한다"며 "소수만이 그를 영웅처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 밖의 이슬람권은 대체로 빈 라덴의 사망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빈 라덴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벌을 받은 것"이라며 이를 통해 탈레반 세력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멘 대통령실 관계자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작전 성공을 환영하며 전 세계 테러를 종식하기 위한 모든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 정파들은 빈 라덴의 죽음에 충격을 드러내면서도 서방국가들에 대한 항전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행정부 총리는 "아랍의 성스러운 전사를 살해한 행각을 규탄한다"며 "이는 아랍인과 무슬림을 탄압하고 피를 부르는 미국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비난했다.

이집트 최대 야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빈 라덴이 제거됐으니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활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경우, 온·오프라인을 통해 빈 라덴의 죽음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에 대한 결사항전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보복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오사마 빈라덴 사망

- 알-카에다 임시 지도자에 이집트 출신 알-아델 - 오바마 "빈라덴 사살 40분 내 인생 가장 긴시간" - 빈 라덴 마지막 메시지 "美 안전 없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