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경영위기로 직원 인력감축에 나서더니 최근엔 대표이사가 갑작스럽게 교체된 후 신임 대표이사 부임이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펀드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수탁고 순위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17일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한국법인 새 대표 자리에는 홍콩법인에서 상품개발을 총괄하던 스튜어트 기네스씨가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그동안 한국사업을 총괄하던 데이비드 A. 프라우드(David A. Proud) 대표가 최근 한국법인 대표직에서 물러난데 따른 후속 인사다. 프라우드 대표는 지난 2007년 5월 한국대표로 부임됐지만 임기를 불과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번에 내정된 신임 기네스 한국법인 대표는 아직까지 부임을 하지 않고 있다. 피델리티운용은 기네스 대표가 공식 취임하기까지 임시로 이브 워드 피델리티자산운용 영국 본사의 이사를 한국법인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상태다.
피델리티측은 행정절차 등 여러가지 과정 때문에 기네스씨가 한국에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해 이같은 임시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피델리티 한국법인은 당분간 임시 대표체제로 이끌어 갈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올들어 직원들의 구조조정에 이은 경영진 교체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여파가 운용중인 펀드에도 미치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작년초 수탁고 5조1016억원에서 지난 13일 현재 4조7130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수탁고 순위도 작년초 18위에서 현재는 21위를 기록하며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H자산운용이 신한BNP투신운용과 합병으로 수탁고 상위 1개 회사가 없어진 가운데 기은SG자산운용(20위→13위), 교보악사자산운용(23위→20위) 등 경쟁 외국계운용사에도 추월당했다.
펀드 수탁고가 빠져나가면서 2008년도 3분기(2008년 4~12월)까지 누적 순이익은 9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39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펀드운용 수익률도 올들어 부진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고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설정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순자산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개별펀드를 조사한 결과,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주력 해외펀드가 대거 포함됐다.
올들어 `피델리티차이나종류형주식-자(A)`은 순자산액이 542억원이 감소해 상위 5위권에 포함됐다. 이밖에 피델리티인디아종류형주식-자(A) 79억원, 피델리티아시아종류형주식-자(E) 63억원, 피델리티EMEA종류형주식-자(A) 62억원 등도 해외주식형펀드 순자산액 감소 상위 50위권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올연말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도 앞두고 있고,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강점이었던 재간접 해외 역외펀드 수입도 금융감독당국이 규제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상품출시와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관계자는 "기네스 신임대표 취임은 이미 본사 차원에서 결정된 사항이지만 공식 취임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어 정확한 취임 일정은 밝히기 어렵다"면서 "수탁고 감소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글로벌 자산운용그룹 피델리티 인터내셔널(Fidelity International Limited)의 한국 법인으로 2004년 12월 자산운용업에 대한 본 허가를 취득하고 2005년 3월부터 국내 펀드운용 및 판매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