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감세의 `트리클 다운` 효과..있다? 없다?

온혜선 기자I 2008.07.30 16:16:37

"감세는 부유층 소비 증가로 이어져 저소득층에도 이익"
"한국 조세부담률 낮은 편, 감세의 소비촉진효과 낮다"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부동산 시장을 비롯, 침체된 내수를 살린다는 명목아래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소득세 분야까지 감세 논의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감세의 효과에 대해 엇갈린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감세가 부유층 소비 증가로 이어져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적하`(트리클 다운, Trickle-down)효과를 내세우는 측과, 감세가 내수진작과 소비 촉진을 통해 서민층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내수 경제가 점점 가라앉는 상황을 두고볼 수 없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과연 현 상황에서 감세가 소비진작을 통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는 묘약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 학계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감세는 고소득층에 혜택? 소비증가로 내수 살아나면 저소득층에 도움

청와대와 여당은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5일 재산세 완화 정책과 관련해 "가계소득이 줄어들다 보니까 국내 소비가 위축된다는 우려가 크다. (감세를 통해) 부유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는 트리클다운 효과도 생각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지난 2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실질적인 국민총소득(GNI)이 내려가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극도로 나쁜 상황에서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식석상에서 감세를 조기에 추진해 투자 증대와 내수 확충을 통해 시장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원 소장은 이와 관련 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서 `한국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 경제정책포럼 창립세미나`에 참석해 "경기침체로 인한 서민과 중산츰의 부담을 줄여주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소득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지지를 표했다.

그는 "과세구간별로 소득세율을 1~2%p 씩 인하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면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도 있으나 고소득층의 소득세율 인하는 소비증가로 이어져 결국은 중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부유층 세금부담 크지 않아..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조세부담률이 낮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감세를 통한 적하효과(Trickle-down)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효과가 불분명한 감세보다는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 지원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민 연세대학교 교수는 지난 28일 `국회 경제정책포럼 창립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70년대 선진국보다 훨씬 낮아, 감세를 통한 소비진작이 서민층에 이익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감세는 경기 대책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중장기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하며 "재벌, 관료, 부동산 부자 등 강자를 위한 조치는 정권 후기로 가면 저절로 된다"고 말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도 이 자리에서 "경기둔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부문은 내수부문" 이라고 지적하며 "수요창출효과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지원이 집중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도 "경제적 고통이 집중되고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보전 차원의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라고 거들었다.
 
부유층의 세금부담이 실질적으로 높지 않으며,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의 소비 능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

장상환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진보 경제학자 중심의 경제긴급토론회에서 "감세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고용주나 기업의 조세와 사회보장 기여금 부담이 너무 무거웠을 때 투자 촉진을 위해 취해진 조치"라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 연구원장은 "결국 감세 혜택은 주로 고소득 부유층에 주로 돌아가는데 부유층은 이미 소비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감세해준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