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분기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고, 1분기에는 2.5% 증가했다.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상황`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경기후퇴와는 거리가 있다.
◇"경기후퇴 근접한 상황에서 가능성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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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발표되는 5월 구매관리자(PMI) 서비스업 지수는 50.4를 기록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했다. 경기후퇴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점인 50을 겨우 넘어선 것이자 신용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0월~11월의 52 수준보다 낮은 수치다.
HSBC의 카렌 워드 애널리스트는 5월 PMI 서비스업 지수가 49.5로 1999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50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경제가 경기후퇴에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경기후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훨씬 큰 경제적 고통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영국인 부채비율 OECD 최고..英정부 부채는 EU 최대
경기는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데 버블은 심각한 수준. 영국 국민들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미국의 138%를 크게 상외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영국 정부가 경기 하강 국면을 반전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조세부담율을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해도 실탄이 부족한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37.5%로 유럽연합(EU)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재무장관으로 재직했던 지난 10년간 적극적인 적자 재정 정책을 펼친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부채 부담을 높일 뿐만 아니라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40%로 정한 고든 브라운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실탄이 부족하니 대책도 초라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든 브라운 총리는 27억파운드(약 54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 계획을 발표했다. 1500억달러 규모인 미국 세금 환급안의 30분의 1수준일 뿐만 아니라 스페인 정부의 중소기업 법인세율 인하 계획(156억달러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 인플레 압력 높아져 금리인하는 불가능
그렇다고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유가와
지난 3월 2.5%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들어 3.0%선에 도달했다. 영란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2.0%)를 1%포인트 상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17일 발표되는 5월 CPI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영란은행이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현재 5.0%인 기준금리를 조만간 4.75%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물건너 갔다.
◇ 대책이 없다.."英정부, 십자가들고 잘되길 빌수밖에 없는 상황"
언스트 앤 영의 피터 스펜서 수석 경제 자문과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영란은행이 물가관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금리 인하의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를 물가지표로 활용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머빈 킹 총재는 "근원 CPI 도입은 먹지도 않고 운전하지도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나 적용되는 지표"라며 이러한 의견을 일축하고 있다.
결국 영국 정부로서는 물가는 상승하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이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반대로 여당인 노동당 지지율은 1940년대 이후 최악을 달리고 있다.
JP모간의 말콤 바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고든 브라운 정부는 손가락을 십자가 모양으로 꼰 채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물가가 잡히기를 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