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들이 툭하면 수익률에 목숨거는 `냉혈한`으로 묘사되는 데 반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현인`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재산(520억달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네브래스카주의 시골 오마하에서 검소한 생활을 고수하고, 이도 부족해 전 재산의 85%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인물이니 `현자`라는 칭송은 과장된 것은 아니다.
◇`오마하 현인`의 옥의 티..`학살주 투자`
그러나 이런 워렌 버핏에게도 `옥의 티`는 있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페
|
중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 차이나는 행동주의 주주들로부터 `학살주(株)`로 불리고 있다.
페트로차이나의 모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수단 유전에 투자한 자금이 수단 정부의 무기 구매 자금으로 유용돼 `다르푸르 학살 사태`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르푸르 사태란 2003년 아프리카계 수단해방군(SLA)이 다르푸르에서 봉기하자 아랍계인 수단정부가 민병대를 결성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사건. 아랍계 민병대가 `인종 청소`에 나서면서 약 20만∼50만명의 주민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다르푸르 주민의 희생을 불러일으키는 페트로차이나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페트로 차이나에 투자하고 있던 피델리티가 이 회사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버핏은 비난의 주요 대상이 됐다.
실제로 지난 5월5일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은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매각하라는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2만4000여명의 버크셔 주주들은 압도적(98.2%)인 비율로 이를 부결시켰다. 페트로 차이나가 모회사인 CNPC와 별개라는 이유를 들어서였다.
버핏도 페트로 차이나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7월부터 6차례 걸쳐 지분 매각..지분 절반으로 줄어
그러나 `투자의 귀재`도 `두 얼굴의 투자자`라는 오명은 피하고 싶어서였을까. 한때 11.05%의 페트로 차이나 지분을 보유, 최대 주주 가운데 하나였던 버크셔는 지난 7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이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전날에도 페트로 차이나 주식 6661만400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버크셔의 이 회사 지분은 9월말 현재 5.44%까지 줄어들었다.
이처럼 버크셔가 페트로 차이나 지분을 계속해서 줄여나가자 홍콩증시의 애널리스트들은 벌써부터 버핏이 아예 이 회사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학살주 논란`을 잠재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1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버크셔가 우선 공시 의무가 면제되는 5% 이내로 지분을 낮춘 후 나머지 주식을 전량 처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버크셔가 이미 10월들어 페트로 차이나 지분을 완전 매각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JP모간의 브린자 에이리크 버스튼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페트로 차이나의 주가 수준(13~15홍콩달러)과 거래량(일일 평균 4억주)으로 미루어 버핏이 이 회사 지분을 몽땅 팔았다고 해도 놀랄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주주들의 모임인 `학살에 반대하는 투자자 그룹(activist group Investors Against Genocide)`도 성명을 내고 "학살을 지원한다는 비난에 연루되고 싶지 않은 버핏의 심정이 투자 패턴으로 나타났다"고 환영했다.
◇윤리성 회복 vs. 단순 차익실현
그러나 버크셔의 페트로 차이나 지분 축소를 단순한 차익실현으로 보는 시각 또한 건재하다. 버크셔가 페트로 차이나 투자를 개시한 2003년 4월 주당 1.60홍콩달러였던 주가가 600% 이상 치솟은 만큼 팔 때가 됐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렉스 칼럼을 통해 페트로 차이나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에너지주가 된 것이 매각의 주요 원인"이라며 차익실현 쪽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