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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FX칼럼)큰 승부에서 이겨야

이진우 기자I 2002.11.01 15:53:40
[이진우 칼럼니스트] 10월 첫 날 1227원으로 시작하여 월 중반인 16일에 고점 1267.50원을 찍었던 환율이 월말에는 일중 저점 1219.40원까지 밀린 이후 1221.6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크게 보아 한 달 내내 왕복달리기 한 판 한 셈이고 쓸데없이(?) 확대된 환율 변동성으로 업체들이나 역내외 투기세력들이나 체력이 많이 소모된 10월이었습니다. 소소한 하루하루의 환율 등락을 그 누가 자신 있게 예측하겠습니까? 11월을 맞아 큰 그림이나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 10월 장세의 특징 첫째, 역외세력이나 큰 수급(需給)을 들고 거래하는 Market maker라 해서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는 장세였다. 10월 16일 1267.50원의 고점을 찍고 환율이 다시 급하게 돌아선 결정적인 요인은 역외세력의 매도세였다. 우선 그들의 패착(?)은 달러/엔 환율에 대한 틀린 예측과 자신들이 달러/엔 시장을 움직일 수 있기에 서울 외환시장 정도는 갖고 놀 수 있다는 일종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 124엔대에서 125엔대 진입을 노리던 달러/엔 환율에 관해서는 향후 몇 개월 내로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엔화 초약세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루머 내지 리포트가 돌아 다녔고, 10월15일 1262원에서 하루 종일 GM의 대우차 지분참여 물량 4억불 가량을 혼자 받아내던 해외투자은행 한 곳도 달러/엔 환율을 125엔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엔화가 125엔대 이상으로 약세를 이어가기에는 이미 투기세력들의 달러 롱 포지션이 무거워진 상황에서 그들은 달러/엔 시장에서의 실패를 예감하고 전일 무지막지하게 받아 놓았던 물량을 서울의 시장참여자들에게 소리 소문 없이 떠넘기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으며, 그렇게 쌓인 물량은 결국 달러/원 시장에서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한 판 형성하더니 이틀간에 걸쳐 30원에 가까운 환율 급락장세를 유발하였다. 이후 장세에서 매도와 매수가 혼재하는 헷갈리는 매매패턴을 보여오기는 했으나 필자가 짐작하기에 역외도 손실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바쁘게 속앓이 하며 움직인 것에 비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 것 같다. 10월30일과 31일 막바지 장세는 필자가 그 동안 본 칼럼에서 계속 주목해주길 바라던 1228원에서의 승부에서 숏플레이어들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났다는 점에서 한 차례 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30일(수요일)의 엔화강세가 진행되고 있는 월말 네고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평소 포지션 큰 것만 믿고 장세를 주도하겠다고 설쳐대던 곳도 아닌 시중은행 한 곳에서 장 중 내내 거액의 달러 매수세를 형성하며 환율의 상승을 주도하자 시장에는 온갖 미확인 루머가 나돌았다. 선물환 매도와 관련한 되감기 수요라는 설에서부터 모 공사의 거액 결제설, 그 공사가 옵션거래가 있었는데(정확한 옵션구조 및 거래내역은 당사자 외엔 아무도 모른다) 옵션 때문에 은행이 10월 말 기준율(시장평균환율)을 높게 형성할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는 추측에 이르기까지 별의 별 얘기가 다 돌았다.(그러나 아직까지도 확인된 것은 없다.) 31일 아침에는 턱없이 높게 형성된 NDF(역외선물환) 시세의 영향으로 전일의 강한 톤이 유지되는 듯한 개장 초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결국 122엔대로 진입하는 달러/엔 환율과 쏟아지는 달러매물에 1230원, 1228원은 물론이고 전저점으로 의미를 지니던 1223원 마저 무너지며 장 중 세 차례나 1220원이 깨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전일은 출처가 불분명한 달러매수세에 시장이 당황하였다면 이 날은 또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알 수 없는 매도세에 웬만한 메이져급 은행들 딜러들조차 손을 놓고 시장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30일부터 쌓인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엄청났다는 분석이나 월말 정도로 예정되어 있던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반선 매각대금이 소리없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 전일 무리한 롱플레이의 후유증이 환율의 과도한 급락세를 유발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에 이르기까지 10월 마지막의 장세도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틀간 그러한 급등과 급락을 거쳤다면(그것도 평소 시장을 지배하던 재료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세로서) 수급을 끼고 시장을 주도하였던 세력들로서도 자칫 이익보다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에 10월 장세는 위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Market maker들도 피곤한 장세였다고 정리된다. 둘째, 연중 저점 1164원에서 지난 10월 6일 기록한 고점 1267.50원까지의 파동에 대한 해석 측면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율의 점진적인 하락세를 주장하는 세력들에게는 1267.50원은 조정 파동으로서의 2파 정점에 불과하다는 것이고(1332원에서 1164원까지의 하락 1파에 대한 61.8% 되돌림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환율이 1164원을 바닥으로 삼아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믿는 세력들에게는 1164원에서 1267원까지의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이 어디까지 이어지다가 상승랠리가 재개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래서 떠오르는 주요 레벨들이 1228원, 1216원, 1204원 등이다) 이틀 간의 급등과 급락을 겪고 11월 첫 날 들어 환율은 1220원대 중반에서 뚜렷한 방향을 못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11월 첫 날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 및 ISM (공급관리자협회) 지수, 그리고 그에 따른 뉴욕증시의 반응과 달러/엔 환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각각의 경우에 따르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 11월 환율은 의외로 갇혀 들 가능성이 커 첫째, 뉴욕증시가 상승 무드에 접어들 경우를 상정해 보자. 최근 며칠간에 걸쳐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그야말로 엉망이다.(지면 관계상 상세 내역 생략). 그러나 뉴욕증시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10월 한 달간 월간으로 살피면 다우존스 지수는 10.5%, 나스닥 지수는 13%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장 초반 급락세로 출발하는 날에도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낙폭을 줄이거나 상승반전 마감을 이루어낸 날이 많은데, 그만큼 지금 뉴욕증시는 더 이상의 하락보다는 상승반전에 갈급해 하고 있다. 1일 발표되는 실업률을 비롯한 고용지표와 ISM 지수의 호악을 떠나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연말 세계 증시는 뉴욕에 힘입어 강세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정착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으로 발전한다면 환율은 추가하락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를 유발할 수 있기에 달러/엔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낙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뉴욕증시가 11월 들어 결국 하락세로 돌아서며 그 동안의 상승세가 이른바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에 불과했음이 드러난다면 국내 증시의 침체 및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세가 이어지며 환율은 오르기 쉽다. 그러나 이 때에는 글로벌 달러약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 달러/엔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세가 서울 환시에서의 환율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가 있다. 셋째,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당분간 1215~1238원 정도에서 환율이 갇혀 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환율 급락기에 역배열 상태로 미끄러지던 이동평균선들이 이후 급등과 급락을 거치며 각각의 기울기가 각도를 달리한 채 1220원대로 수렴하고 있는데, 일간 차트상으로 60일선과 120일선이 1218원 근처에서 받치고 있으며 위로는 1228원, 1240원 등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급락과 급등을 겪으며 시장참여자들간의 뷰가 어느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게 되고 위로도 아래로도 자신 없는 레벨에 지금 처해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하는 그림인데, 환율의 1200원 아래로 내려가는 급락세나 1240원 위로 올라가는 급등세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수급변화나 재료가 출현하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 칼럼에서는 오는 6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하 여부나 그에 따른 달러화의 가치전망, 핵 문제로 다시 시끄러워지는 북한이나 이라크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취할 태도 혹은 전쟁 가능성, 대선을 앞두고 예상 가능한 국내의 혼미한 정국 등은 다루지 않았다. 왜 이 시점에서 FRB가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해야 하는지 선뜻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고, 나머지 정치적인 변수들이 고려되는 장세는 수급이나 차트 분석으로 논할 성질의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분위기로 가는 장에서는 분위기를 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는가? 주말 뉴욕 시장과 내주 초 장세를 관찰하고 나면 좀 더 구체적인 환율 전망이 가능해질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주말인 오늘만큼은 남은 시간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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