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주식시장이 사흘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 550선이 근성을 발휘하며 버텨내고 있다. 닷새 째 550선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증시에서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직전저점(다우 9106P, 나스닥 1619P)을 시험받고 있고, 일본의 닛께이지수도 연일 속락하면서 10일 1만200선을 깨고 내려섰다. 그러나 이같은 해외증시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서울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증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빠지지 않으면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오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는 시각이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몸을 사리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사지도 팔지도 않는 외국인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거래소시장이 완전 역배열 상태를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장세전망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10일 서울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4.35포인트(0.78%) 하락한 550.73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0.52포인트(0.82%) 떨어진 62.62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시장의 추세는 거의 정체된 모습이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거래소는 550선에서 닷새 째 머무르고 있고, 코스닥지수도 61~63포인트 내에서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거센 외풍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크게 되밀리지 않는 것은 외국인의 매매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4485억원 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이달 들어선(9월3일~10일) 1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사지도 않지만 팔지도 않는 모습이다. 절대규모만을 놓고 본다면 거의 매매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극심한 눈치보기 매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외국인의 매매행태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불안한 세계증시의 움직임 때문으로 파악하면서 나스닥 등 해외증시의 저점 지지력을 확인한 뒤에야 매매패턴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은 또 최근 들어 오름세를 타고 있는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1290원대로 올라선 달러/원 환율이 추가 오름세를 보일 경우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금리와 주가와의 역의 관계는 무너졌지만, 환율과 주가와의 역의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외국인의 매매 움직임을 파악하기에 앞서 해외증시와 환율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외국인이 매수 또는 매도에 치중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시장이 크게 되밀리지 않는데는 삼성전자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식값은 지난주말 보다 500원이 오른 19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빅5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올랐다. 최근 시가총액 1위종목인 삼성전자의 등락 진폭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날 한국통신은 1450원이 하락한 48650원을 기록하며 지난 99년4월 이후 28개월 보름만에 처음으로 5만원선을 깨고 내려섰지만 삼성전자의 등락폭은 미세조정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57.46%로 달한다. 지분율도 거의 변동이 없다.
삼성전자가 크게 오를 상황은 아니지만, 반대로 크게 되밀리지만 않는다면 지수흐름도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머징 마켓의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급속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자칫 외국인들이 편입비중을 조정할 경우 삼성전자를 통해 비중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신경이 쓰인다는 지적이다.
이날 거래소시장의 지수 장단기 이평선은 역배열 완성했다. 60일선(566P)이 120일선(567P)을 위에서 밑으로 꿰뚫는 장기 골든 크로스를 발생시켰다. 이로써 장단기 제반 이평선은 5일선(553P)을 비롯해 20일선(564P), 60일선(566P), 120일선(567P) 등 단기선일수록 저점을 형성하는 역배열 상태를 그려냈다. 이평선의 완전 역배열은 지난 6월18일 이후 70여일 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 시황분석가들은 해외증시의 불안 요인이 겹치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이평선의 역배열 완성은 장세전망에 대한 부담을 더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격경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고정된 표적을 맞추는 경기와 날아가는 표적을 맞추는 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날아가는 접시모양의 표적을 맞추는, 이른바 클레이 사격도 표적물이 일정한 괴도를 그리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을 받은 선수들은 맞출 확률이 높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목표물은 항상 움직인다. 클레이 사격의 표적처럼 방향성도 없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은 표적이 움직이는 상황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월가에 전설을 남기고 떠난 피터 린치는 자신의 투자교훈을 정리하면서 "누구도 금리와, 미래의 경기,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 오히려 예측보다는 여러분 투자한 기업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파악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한바 있다.
숲보다는 나무를 볼 때란 얘기다. 그러나 빠른 순환매로 인해 나무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굳이 서두를 일은 없지 않을까.
증시를 둘러싼 제반 변수는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각종 변수들이 어떤 매트릭스 구조로 시장에 다가설는지 나름대로 예단하면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복권투자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움직이는 표적이 멈출 때까지는 정석투자에 나서는 것이 그나마 투자손실을 회피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