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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종료를 시사하면서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지난주 주요국 장기금리가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 1951~1970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의 말마따나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칵테일이 섞인 파티 음료) 보울을 가져가는”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긴축 불안감에…장기금리 급등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3012%에 마감했다.
이는 물가 지표가 부진했음에도 채권금리는 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국내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사의 여파가 (인플레이션 지표의 둔화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처음 암시했던 지난 27일 이후 4거래일 연속 급등세다. 27일 당일 2.1398%에서 2.2097%로 큰 폭 상승하더니, 3거래일 만에 다시 2.3%대로 올라섰다. 2.3%대 수준은 5월16일(2.3274%) 이후 한달반 만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30일 독일 국채(분트채) 10년물 금리는 0.4641%.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전 0.2441%에서 4거래일 만에 22bp 큰 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 주요국들의 장기금리 흐름도 비슷했다. 영국(0.2360%→0.3235%)이 대표적이다. 영란은행(BOE)도 통화정책의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랑스(0.6024%→0.8172%) 이탈리아(1.8913%→2.1507%) 스페인(1.3695%→1.5274%) 등의 국채 10년물 금리도 상승했다. 지난주 캐나다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나왔는데, 이 기간 캐나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1.4603%에서 1.7669%로 큰 폭 올랐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할 동안 사들였던 채권이 시장에 풀리면, 채권 공급은 확대되고 가격은 하락(금리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채권 투매가 일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은 각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면서 “명확한 통화긴축 스케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불안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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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 “다들 비슷한 고민”
서울채권시장도 다르지 않다. 드라기(發) 충격을 받은 지난 28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118%에서 2.178%로 올랐고, 지난 30일(2.214%) 2.2%대로 마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나왔던 ECB 포럼 출장을 다녀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들 (통화 긴축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기 총재를 비롯해 마크 카니 BOE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등과 의견을 나누고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어서 긴축에 대한 고민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이날 역시 긴축 부담에 장 초반 약세(채권금리 상승)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 현재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2틱 내린 109.28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18틱 하락한 124.43에 거래 중이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하락하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외국인은 현재 3년 국채선물을 1053계약 팔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이번주 움직임은 더 주목된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미국 연준의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연설이다. 한국 시간으로 7일 개장 직전 나온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1.25%로 인상했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의사록도 5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