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베네수엘라인들이 장을 보기 위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향하고 있다. 400%가 넘는 물가상승률에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까지 더해져 엑소더스를 부르고 있다. 이 와중에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는 야당이 정국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며 남 탓하기에 바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산안토니오 델 타치라와 콜롬비아 쿠쿠타 국경이 11개월 만에 열리자 베네수엘라인 3만5000명이 시몬볼리바르 다리를 건너 콜롬비아로 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해 8월 범죄와 밀수를 막겠다면서 국경 폐쇄를 단행했다가 이날 12시간만 개방하겠다고 밝히자 베네수엘라인들이 우르르 콜롬비아로 넘어가 인근 슈퍼마켓 생필품을 쓸어담은 것이다. 주로 쌀과 식용유, 마요네즈 등 당장 먹을 식료품을 주로 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공급부족 상태거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네수엘라가 식량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짐작게 한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오랜 기간 포퓰리즘 정부의 퍼주기로 인해 경제체력이 약해진 가운데 유가까지 급락하면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과 생필품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데이터날리시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슈퍼마켓에는 필수소비재 80% 이상이 비어 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베네수엘라 여성 500명 이상이 지난 5일 평화와 비폭력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고 가족들을 위해 생필품을 구해야겠다며 콜롬비아로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경수비대가 저지에 나섰지만 막지는 못했다.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12시간 국경개방을 선언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식료품업에 대한 국유화와 가격 및 환율 통제로 식료품 생산이 급감했다. 베네수엘라 기업들은 원자재를 사거나 기축통화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도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48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무려 1643%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9일 미국 생활용품 기업인 킴벌리클락은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상황과 기업활동 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서 베네수엘라에서의 모든 기업활동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 기업인 엠프레사스 폴라르 역시 원료를 수입하기 위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맥주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필 건슨 국제위기그룹 애널리스트는 “식품 공급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징조가 다수 보인다”며 “인구 상당수가 음식을 해먹을 만한 식자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음식과 생필품 부족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 약탈이나 폭동도 빈번해지고 있다. 산 크리스토발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이슬레이 마르케스는 “사람들이 의약품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고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회주의 정부는 안일한 모습이다.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지난달 미주기구(OAS)에서 자국이 인도주의적 위기로 고통받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미국을 등에 업은 우파 세력과 재계 리더들이 경제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탓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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