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내년에도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진국의 회복이 신흥국 경제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평가다.
18일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투자환경은 감속과 감소의 경계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유사한 경제정책을 내놓으며 동반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여름부터 선진국 통화정책들이 엇나가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을 포함해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디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긴축을 완화하는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다”며 “통화정책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가 잠재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견조한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김 팀장은 “유럽의 실물 경제 회복을 장담할 수 없고 높은 실업률 때문에 신용부문에서의 회복이 더디다”며 “한숨은 돌렸지만 호흡은 곤란한 상황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조만간 6%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로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는 “유동성 확대정책이 중단됐을 때 실물경제가 어떻게 변화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모멘텀의 약화가 단기적인 둔화에서 그치면 추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기모멘텀의 ‘감속’이 소비심리 감소로 이어진다면 위험자산 기피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김 팀장은 “국내 역시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치며 성장세를 유지시키고는 있지만 제로성장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005930) 등 수출의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내구재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전세값도 오르며 가계 구매력이 약화될만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시장을 둘러싼 경제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기업 실적 역시 발목을 잡는다. 그는 “소비재와 금융섹터, IT섹터등의 내년 실적전망치는 많이 내려왔지만 아직 에너지와 소재, 산업재 등은 업황이 좋던 시절 수준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단기적인 실적 개선이 확인된다 해도 하향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실적 개선 기대가 큰 통신이나 유틸리티섹터 역시 정부정책에 따라 하락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김 팀장은 “예상 이익의 하향 조정에 따라 상단을 뚫을 가능성은 약한 편이고 하단은 지금 위치보다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코스피 벤드로 1750에서 2150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배구조 이슈, 경기부양정책 등 스토리에 의존해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라 실적 등 현실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며 “순환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종목 선정을 통해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공직사회 개혁 '삼성맨'이 진두지휘
☞코스피, 상승 출발..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
☞[투자의맥]중국 소비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나타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