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복거일(사진)씨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복 씨는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은 아직 자신의 꿈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삼성그룹을 이끌 후계자로서 꿈(비전)을 세상에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처럼 이 부회장도 꿈을 제시하고 그에 합당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그룹을 이끄는 과정에서 앞으로 실수할 일이 많을 텐데 이 회장과 비교도 많이 당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꿈을 제시하고 그것을 쫓는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를 하더라도 용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넘어지더라도 덜 아프게 넘어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씨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었다. 잡스는 개인용 휴대단말기(PDA)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PC)를 벗어난 환경으로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비전을 제시했고, 그 꿈을 토대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히트시키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그는 삼성의 신성장동력으로 ‘조익기(鳥翼機)’를 제시하기도 했다. 조익기는 새처럼 날수 있는 비행기다.
그는 “삼성은 앞으로도 계속 쓰일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이 탈수 있는 교통, 수송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익기는 배터리 기술이 필수적인데 삼성이 이미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이 빠른 시간내 급성장하면서 조직이 비대해졌기 때문에 관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삼성에 대한 조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이같이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 씨는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관료주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에 조직의 성장과 관료주의 사이에서 중심을 유지하려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삼성도 이를 경계하고 극복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복 씨는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를 주제로 강의했다. 과거에는 로봇이 사람의 근육을 대신했다면 이제는 판단까지 대신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 사장단은 로봇도 감정을 갖출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