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 미래가 있다>①25년의 노력 그리고 `절반의 성공`

천승현 기자I 2011.04.20 13:43:49

[창간기획 코리아 3.0 : 9부]
신약강국 꿈을 꾼 25년..천연물신약 3개 포함 18개 성과
일부만 시장서 호평 `대부분 가능성만 확인`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신약 강국!`. 제약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개발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복제약만 팔아서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든 지 25년이다. 복제약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요즘엔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구호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25년 성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이데일리는 창간11주년을 맞아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현재를 짚어보고, 신약개발을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지난해 9월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가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국내제약사들은 총 15개의 신약을 배출하게 됐다.

올해 초 허가받은 녹십자의 `신바로`를 비롯해 동아제약의 `스티렌`, SK케미칼의 `조인스` 등 천연물신약 3개를 포함하면 총 18개의 신약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든이후 25년동안 내놓은 결과물인 셈이다.

양적으로만 따지면 짧은 신약개발 역사에서 적잖은 신약이 배출됐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국산신약 대부분은 시장에서 부진을 겪으며 아직까지는 높은 시장의 벽을 체감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신약도 아직은 없다.

국산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선플라주`부터 8호인 종근당의 `캄토벨주`까지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많았다. 시장성보다는 `신약을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이었다.

이때까지 등장한 신약들이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LG생명과학의 항생제신약 `팩티브정`이 국산신약 최초로 미국 FDA의 허가를 받으며 해외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팩티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만큼의 `대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돈 되는 신약 개발과 한계`

지난 2005년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 9호인 유한양행의 `레바넥스`부터 소위 `돈 되는 신약`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화성궤양, 발기부전치료제, B형간염치료제, 소염진통제 등 대형시장을 두드리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단순히 `신약개발`이라는 상징성에만 초점을 맞추는게 아닌 `신약으로 수익성을 창출하겠다`는 제약사들의 의지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 출시된 신약들에 비해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레바넥스는 출시하자마자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도 지속적인 시장 침투로 연간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역시 출시와 동시에 대형 제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하며 본격적인 `돈 되는 신약` 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신약들의 성장세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대형시장에 도전하는 만큼 다국적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 국내사들의 제네릭 등 수많은 경쟁제품과의 경쟁을 뚫어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로 꼽혔다.

레바넥스의 경우 출시 1,2년차때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이후에는 매출이 급감하는 추세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부작용 여파로 시장에서의 입지가 급격하게 위축된 상태다.

대원제약의 `펠루비`, 일양약품의 `놀텍`, SK케미칼의 `엠빅스` 등도 출시 당시 받았던 화려한 조명에 비해 아직까지는 시장에 정착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토종 발기부전치료제 1호인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만이 꾸준한 상승세로 연간 200억원대의 매출로 국산신약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천연물신약의 경우 사정은 나은 편이다. 생약제제나 한방제제를 이용, 개발한 천연물신약의 경우 이미 안전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기존치료제에 비해 동등 이상의 효과만 입증하면 시장정착이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동아제약의 `스티렌`은 연간 800억원대의 매출로 국내사 개발 처방의약품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SK케미칼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 역시 200억원대 매출로 천연물신약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물신약의 경우 다른 화학의약품보다 뛰어난 약효를 입증한다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또 구성성분이 어떠한 약물기전으로 약효로 이어지는지를 규명하기도 어려워 해외시장 진출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있는게 사실이다.
 
◇ `그래도 중단할 수 없는 신약개발의 꿈`

국내제약사들이 다양한 신약을 배출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면 아직까지는 가능성만 확인했을뿐 진정한 신약다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제약사별로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중이며,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개량신약, 바이오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약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출시된 신약들도 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신약 개발활동에 적극적인 제약사를 지원하는 제약산업육성·지원 특별법이 최근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강화되고 있어 과거보다는 신약개발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강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의 생존은 신약개발 중심의 혁신형기업의 육성에 달려있다"면서 "정부는 연구비 지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세지원 등 관련법의 제정과 의약품 관련 선진규제제도의 정착을 통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국산신약 허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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