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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브라질 고속철 대형건설사 불참..`빛좋은 개살구`

박철응 기자I 2010.11.17 14:26:41

사업비 견적 격차 크고 현지업체 조건 안 맞아
해외 업체들도 대부분 불참 전망..한일전 될 듯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에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3조원 규모의 사업비 중 80% 가량을 차지하는 시공 몫은 대부분 브라질 건설사들이 맡는 방식으로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수주를 하더라도 국내 업체 몫은 5조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17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브라질고속철도한국사업단은 건설업체들에게 지난 15일까지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중견업체 2곳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 시공 제외한 차량, 설계, 엔지니어링에 초점

사업단은 일부 대형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 조건 완화 등을 제시하며 참여를 계속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내부 검토를 마친 기업들이 입장을 바꿀지는 불투명하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브라질 고속철 사업은 시공보다는 차량과 설계, 엔지니어링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공은 브라질 현지 건설업체들이 70%를 맡는 방식으로 입찰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업체들이 대부분 참여를 검토했다.

하지만 사업단이 제시한 사업비와 실제 건설사들이 조사한 견적과 격차가 크고, 현지 공사를 100% 브라질 현지 건설업체들을 통해 수행해야 한다는 입찰 조건 등이 걸림돌이 됐다.

사업단에서는 전체 사업비 규모가 23조원이며 이 중 시공에 드는 돈은 18조8000억원이라고 제시한 반면, 10개 대형 건설사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 7월까지 조사한 견적은 총 사업비 30조원에 시공비 24조4000억원으로 나왔다.

◇ 시공견적 격차 커..사업단 18.8조, 건설사 24.4조

또 브라질 정부가 지난 7월 사업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하면서 브라질 현지 법인들만 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건도 건설사들이 불참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서 공사를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법적 제도적 문제가 복잡하고 이익 자금을 회수하는 데 대해서도 전혀 스터디가 돼 있지 않다"면서 "건설사들은 운영에는 관심이 없고 빨리 시공해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조건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을 하도급으로 해 사업을 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하는 호흡이 맞지 않아 제대로 사업이 되기 어렵다"면서 "공사비에 대한 자금조달을 보증해야 하는 조건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는 상징적인 해외 수주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 손익을 따져볼 때는 참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한국 일본 2파전, 유찰 가능성도 커

이같은 업계 반응은 허준영 코레일 사장도 언급한 바 있다. 허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브라질 고속철도와 관련 "정부에서는 열심히 하는데 남미라서 그런지 시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현지 건설업체 위주의 입찰 조건 때문에 해외 경쟁업체들의 입찰 참여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중국과 독일 등이 입찰하지 않아 한국과 일본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애초부터 브라질 현지 건설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들어갈 역할이 없는 상태여서 다른 나라에서도 입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내에서도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몇 달 전만 해도 거의 우리가 수주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수익성 문제도 불거지고 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상파울루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520km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브라질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입찰서를 받아 다음달 1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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