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들이 본 대우조선 실패 원인

배장호 기자I 2009.01.22 14:17:24

M&A전문가들, 애초부터 비현실적 가격 논란
"산업은행보다 한화측 귀책 지적 더 많아"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해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가격이 문제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책임소재면에서는 산업은행보다는 한화(000880)가 더 귀책사유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장호 씨티그룹증권 대표는 22일 "누구 잘못을 따지기 어렵지만, 당시 시장상황과 향후 조선업황 전망 등을 감안할 때 6조3000억원이란 가격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 주가는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기도 했지만 본입찰 당시에 3조원대로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운없게도 최근 몇년간 역사상 유래없는 초호황을 누렸던 조선경기가 이 때를 기점으로 급격히 꺾여가던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인수경쟁 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10조원이 거론되던 때에 비하면 좀 누그러진 것이지만, 시가총액이 3조원으로 쪼그라든 회사의 지분 50%에 대해 6조원이 넘는 가격 배팅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졌었다.

◇ 공정성 시비 근본적 한계

산은·캠코 등 정부기관이 주관하는 공적입찰(Public deal) 방식 M&A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박장호 대표는 "한화의 주장대로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것도 사실이지만 공적기관인 산업은행으로서는 어려워진 시장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깎아달라는 한화의 요청을 들어줄 권한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입찰의 성격상 인수후보들의 실제 인수능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이들이 제시한 가격 자체에 큰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같은 논리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005940) IB사업부 대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공적인 입찰 절차에 집착한 결과 입찰 참여자가 실제 인수능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개별 인수후보의 인수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판단은 매각자의 주관적 관점에 좌우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본입찰 자격을 제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개별 후보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가장 높다면 실제 인수능력이 미덥지 않아도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POSCO(005490)를 탈락시킨 것이나 대금 분할납부를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게 실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도 간단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는 "산업은행 뿐 아니라 공적딜을 주관하는 어떤 투자은행도 공정성 시비가 생길만한 결정은 하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경우 GS(078930)와의 컨소시엄 구성 실패로 이미 입찰 자격이 상실된 상태여서 본입찰 자격은 물론 차순위 협상 자격을 부여했다면 또다른 공정성 시비가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누구 책임이 더 클까

산은과 한화 사이의 책임 공방과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는 급격히 악화된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한화나 산은이나 둘다 운이 나쁜 딜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양측간에 굳이 책임의 크기를 따지자면 한화가 산은보다 귀책이 더 있다고 지적하는 견해가 다수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한마디로 능력이 부족한 한화가 공격적으로 달려들었다고 보는게 맞다"며 "결국 이런 공격성이 능력에 걸맞지 않은 가격을 제시하게 된 단초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로 한화가 실사를 하지 못한 점을 한화의 책임 경감 사유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온당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과거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 사례 등에서 수차례 봐왔듯 노조의 반대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며 "한화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이로 인한 불확실성을 가늠해 이를 입찰가격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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