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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주권 도와드려요" 1억3000만원 날린 해외이주 사기극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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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7.22 07:37:30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7)
무등록 컨설팅업체의 교묘한 이주비자 사기
비자·영주권 수속 대행 명목으로 거액 편취
징역 1~3년 선고받고 1.3억원 배상 명령

[편집자 주]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기 범죄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기의 종류와 수법 등도 다양하면서 검(檢)·경(警)의 대응도 임계치에 다다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사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 확대 차원에서 과거 사기 범죄 사건을 재조명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꼬꼬사)’를 연재합니다. 사기 범죄의 유형과 수법 그리고 처벌에 이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약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사진=챗GPT 달리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16년 봄,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미국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정착하고 싶다”는 D씨의 간절한 꿈을 들은 A씨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희가 만든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기존에 G에 냈던 계약금을 공제하고 같은 조건으로 대행계약을 진행해주겠습니다.”

D씨는 망설였다. 이미 다른 업체에 3만8000달러를 계약금으로 냈는데, 또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할까? 하지만 A씨의 말에 마음이 기울었다.

신생업체의 달콤한 유혹

그때 D씨는 몰랐다. A씨와 동료 B씨, C씨가 불과 한 달 전 기존 회사를 퇴사해 갓 차린 신생업체 ‘E’가 해외이주업 등록조차 하지 않은 무등록 업체라는 사실을.

A씨는 E의 대표이사, B씨는 본부장, C씨는 팀장을 맡으며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미국 E-2 비자(투자비자)와 영주권 발급을 원하는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채는 것이었다.

“G보다 저렴하게 E-2 비자 발급을 대행해 주겠습니다. 중국 쪽에서 유학생들을 고객님이 미국에 만드는 회사로 보내줄 수 있어요.”

A씨 일당의 이런 말에 속은 건 D씨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시기 K씨도 비슷한 제안을 받고 E와 계약을 체결했다.

허울뿐인 계약서와 지연되는 업무

계약서는 그럴듯했다. ‘E-2 학원교육사업 수속 및 대행계약’, ‘영주권 수속 추가 약정서’까지 작성하며 전문성을 과시했다. 하지만 실제 이행은 엉망이었다.

D씨는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 총 10만5000달러를, K씨는 6월부터 11월까지 16만5000달러를 송금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은 당초 2016년 6월 예정에서 7~8월로 1~2개월이나 지연됐다. 사무실 임대차 계약도 2016년 9월이 되어서야 체결됐다. 미국 현지 변호사 선임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건 돈의 사용처였다. 피고인 A가 법정에 제출한 미국법인 계좌 지출내역을 보면 미국 현지 한인마트에서의 개인적 쇼핑, 항공료 좌석 승급비, 기내 와이파이 비용 등 개인적이고 방만한 지출이 가득했다.

“보스톤 출장이 필요해서요.” A씨는 수만달러의 출장비 지출을 이렇게 해명했지만, 고객들이 정착을 원하는 곳은 서부 캘리포니아였다. 미국 정반대편인 동부 보스톤에 갈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

렌터카 비용으로 2000달러씩 두 번, 총 4000달러를 썼다고 주장했지만 렌터카 회사로 직접 결제된 기록은 없었다. 오히려 해당 금액이 현금으로 인출된 정황만 남아있었다. 미국의 소비세 체계상 렌터카 비용이 정확히 2000달러로 떨어질 가능성도 희박했다.

영주권 스폰서 확보 실패

영주권 취득을 위한 스폰서 확보도 엉망이었다. 겨우 연결한 스폰서 U도 이메일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거주지역과 제가 취업 스폰서가 될 수 있는 지역이 서로 다릅니다. 각 지점의 인사권한은 지점별 매니저에게 전속되어 있기에 해당 지점 취업을 통한 피해자의 영주권 취득을 확언할 수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영주권 업무를 위해 확실히 지출된 비용은 2271.88달러뿐. 그마저도 스폰서에게 줄 명품 선물 명목이었다.

추가 피해자 M씨 사건

A씨의 탐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6년 7월, M씨에게 접근해 “M씨 따님이 미국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상담, 주요 시험 준비, 성적 및 학과목 관리, 미국 내 학교와 의사소통, 시험 등록, 방학 계획, 학원 선택, 학과 외 활동 관련 상담, 지원 학교 선택, 인터뷰 미국 학교 방문 계획, 최종 등록 학교 선정 등의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400만원을 추가로 편취했다.

약속한 컨설팅 방식은 구체적이었다. 분기별 1회 정기미팅, 월 1회 컨설팅 보고서 제공, 일주일에 2~3회 학생과 연락 등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가 실제 이행한 건 진학하려는 학교에 필요한 입학점수 등 요강 제공, 이력서 영문 번역, 에세이 일부 첨삭 정도가 전부였다. 약속한 분기별 정기미팅, 월별 보고서, 주 2~3회 학생 연락은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

법정에서 드러난 진실

법정에서 이들의 민낯이 모두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윤영수 판사는 지난달 A씨에게 징역 3년,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피해자 D씨에게 편취금 1억2933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에도 사기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상습범이었다.

윤 판사는 “피고인들은 해외로 이주하려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금원을 편취했다”며 “무등록 해외이주알선업을 영위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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