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 제재 풀리나

이소현 기자I 2023.10.17 10:10:17

美, 내년 베네수엘라 대선 '공정 선거' 보장 조건
베네수엘라 여야, 대화 재개…17일 합의 논의
원유 수출 제재 완화 소식에 장중 국제유가 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대신 베네수엘라는 내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 공정하게 치를 것을 약속하는 거래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 소식에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국제유가는 약 1% 떨어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간 회담에 정통한 익명의 관리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우선 베네수엘라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정·민주선거 보장’을 위한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당 협상단은 17일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에서 2024년 대선 관련 정치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 마두로 대통령 재선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주요 야당 정치인과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이 이어진 것을 계기로 서방 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이때 미국은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다. 이에 현재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는 미국 제재로 유럽 등 시장에 석유를 수출할 수 없다.

마두로 정부와 야당 간의 합의가 이뤄지면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진 베네수엘라에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실제 2018년 부정선거 이후 몇 차례 대화 시도가 무산된 이후 베네수엘라 여야는 2021년 8월 멕시코에서 노르웨이의 중재로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았으며, 합의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 이어졌다.

또 강력한 제재를 해온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 외교 정책의 극적인 변화라고 WP는 짚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다음 대선에서 불법 없이 공정한 선거를 치른다는 조건 하에 원유 산업 제재를 푸는 협정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정부 관리는 WP에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주도하는 협상을 지지하며, 경쟁적인 선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제재를 완화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거래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이 국제 선거 참관을 받아들이고 선거에 대한 언론 개방을 약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 본사 입구 전경(사진=AFP)


로이터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여당과 야당이 이번 주 중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관련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서명이 이뤄지면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일부 허용 등 추가 제재 완화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다만 미국에 묶인 베네수엘라 자산 동결 해제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은 등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에서 부과한 광범위한 제재 프로그램의 틀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베네수엘라는 1999년 이래 대통령이 2명에 불과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은 2013년부터 10년째 권력을 잡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제재가 풀린다는 소식에 이날 미 증시 장중 국제유가가 1%가량 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3달러(1.17%) 하락한 배럴당 86.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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