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살리는 대신 학점제서도 고1 '상대평가' 유지

신하영 기자I 2023.06.21 13:28:13

학점제서도 국어·수학·영어 등 공통과목 석차 9등급제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 시 자사고·특목고 쏠림 우려
민사고·상산고 등 전국 자사고에 지역 할당제 의무화
초3·중1 '책임교육 학년' 지정…전수 학력 진단 추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 존치를 확정하면서 고교학점제 하에서도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공통과목까지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학점제서도 공통과목 석차 9등급제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공통과목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을 위해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상대평가는 주로 고1 때 공부하는 공통과목에 적용된다.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이수하는 공통과목은 학점제 하에서도 지금처럼 석차 9등급제가 유지된다.

오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에 따라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이 쌓이면 졸업하는 제도다. 이 부총리는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9등급제를 없애는 일인데 공통과목에서 9등급제를 버젓이 두는 건 개혁이 아니다”라며 교육부에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적성·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토록 하는 게 고교학점제의 취지인데 상대평가를 그대로 두면 대입에 유리하거나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에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결국 공통과목의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의 틀은 깨지 않겠다는 것.

이러한 교육부 결정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에 따른 일종의 타협책으로 해석된다. 이들 학교를 살리면서 내신마저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쏠림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성적 우수 학생이 몰리는 학교들이라 절대평가 전면 전환 시에는 내신 불리함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교원단체 등과 논의할 결과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고 최소한의 내신 변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21년 발표한 대로 공통과목은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공통과목의 석차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또한 논의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단위 자사고 20% 지역인재로 선발”

민사고·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10곳에는 지역 인재 할당제가 도입된다. 전체 모집정원의 20%는 해당 학교 소재 지역의 학생들도 충원토록 의무화한 것이다. 종전에도 지역인재선발전형이 있었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그쳐 학교별로 모집 비중이 제각각이었다. 앞으로는 모집인원이 50명이라면 10명 이상은 지역 학생으로 채워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심화됐다는 지적에 따라 초3·중1은 ‘책임교육 학년’으로 지정, 학력 진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3은 읽기·쓰기·셈하기를 기반으로 교과학습이 시작되는 단계이며, 중1은 초등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이 시작되는 단계”라며 “이 시기 학생들의 학력격차가 벌어지기 쉬워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2017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축소한 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약 3배 증가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평가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1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역대 최악이었던 전년(2020년)도 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자료: 교육부)
◇초3·중1은 중요한 시기…학력 진단 강화

예컨대 고2 학생들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전년도 6.8%에서 7.1%로, 수학은 13.5%에서 14.2%로, 영어는 8.6%에서 9.8%로 상승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교과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소위 수포자·영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 희망하는 학교·학급 단위로 평가에 참여토록 했지만, 학생 수 기준 참여율은 12%에 그쳤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3·중1에 대해서는 가급적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참여토록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해당 학년의 전체 학생 참여 여부를 점검,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배정하는 학습지원 교사 배정에 반영키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학생들의 학습 및 성장의 결정적인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교육 학년으로 지정하고 집중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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