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英노동당, 외국인 등 해외 거주자 주택 취득세 인상 추진

박종화 기자I 2023.05.08 11:04:01

외국인 등 해외 거주자 할증세율 현 2%p서 상향 검토
내년 英총선서 주택난 직면한 청년층 표심 확보 취지
현 보수당 내각도 검토했지만 시장 위축 우려로 포기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영국 노동당이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등에 대한 주택 취득세 인상을 추진한다. 노동당은 또 신축 주택에 대해선 일정 기간 동안 생애 첫 구매자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주택가.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 관계자를 인용해 외국인(해외 장기 거주 영국인 포함)이 영국 내 주거용 부동산을 구매할 때 내야 하는 인지세 할증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도 외국인은 영국인(0~12%)보다 2%포인트 높은 할증세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이를 더 높이겠다는 뜻이다. 노동당은 외국인이 신규 개발된 주거용 부동산 중 50% 이상을 취득할 수 없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조치들은 국적이 아닌 거주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도 영국에 장기 거주하고 있다면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노동당은 내국인에 대한 부동산 규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이 개발되고 난 뒤 일정 기간 동안에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만 이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노동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 같은 구상은 올여름 나올 노동당의 내년 총선 공약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을 제치고 집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이 같은 공약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고 FT는 평가했다.

노동당이 이처럼 강한 규제를 만들려는 건 주택난으로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진 영국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올 2월 기준 영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약 31만파운드(약 5억 2000만원)로 1년 전보다 6.0% 올랐다. 런던에선 약 53만파운드(약 8억 9000만원)에 이른다.

파운드화 약세를 이용한 외국인 수요가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비영리단체인 공공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외국인 등 해외 거주자가 소유한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주거용 부동산 수는 2021년 기준 약 25만개에 달한다. 2010년(약 8만 8000개)과 비교하면 10여년 만에 3배가 늘었다.

외국인 등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영국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지는 미지수다. 현 리시 수낵 내각도 외국인 등에 대한 부동산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재무부가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킬 것이고 반대해 무산됐다. 스튜어트 베이슬리 영국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영국 내 주택 구매자를 우대하는 게 핵심이지만 일부 대규모 개발 사업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가 먼저 자금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등을 겨냥한 부동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곳은 영국만이 아니다. 싱가포르도 지난달 외국인에 대한 주택 취득세를 60%로 올렸다. 캐나다도 2024년까지 외국인이 캐나다 대도시와 인구밀집지역에서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