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9월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이차전지) ‘4680’를 처음 공개하며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름 46㎜, 높이 80㎜ 크기로 현재 쓰이는 원통형 배터리 18650(지름 18㎜·높이 65㎜)이나 21700(지름 21㎜·높이 70㎜)보다 더 크고 에너지 용량·출력을 향상시켰다.
2. 폭스바겐은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파워 데이’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작·생산을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배터리 시스템과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충전 인프라까지 전기차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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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이제 막 올라타려는 배터리 제조사엔 위기로 작용할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1분기 실적 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수요 폭증 예상…중요해진 수급 안정성
이들 3사는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제조사와 협업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했다. 우선 완성차업체 스스로 생산한 배터리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폭스바겐이 유럽 내 생산거점을 만들어 자체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배터리 생산능력(capa) 목표는 2030년 연간 240GWh다. 이에 비해 SNE리서치가 지난해 하반기 추정한 2030년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639GWh다. 결국 나머지 400GWh 공급은 배터리 제조사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OEM(완성차)업체가 전체 배터리 수요 물량을 내재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배터리 조달(sourcing)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류(top-tier)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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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갖춘 배터리 제조사와 협업 가능성
협업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로는 기술력이 꼽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모두 배터리 양산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제조사는 기술력과 양산 경험을 쌓았지만 새로운 생산라인을 가동할 때면 어려움을 겪곤 했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하더라도 유럽 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이 가동 초기 수율 문제를 겪기도 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배터리 생산은 오랜 기간 기술 개발과 양산 경험, 노하우가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보니 OEM업체가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완성차업체와 협력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획실장은 “이미 다양한 OEM으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안정적 판매처 확보와 투자 부담 경감,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에서의 협력 가능성 등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재화를 선언한 테슬라와 폭스바겐 모두 현재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력이 한창이다. 테슬라가 새로 선보인 배터리 4680는 개발과 생산에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해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와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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