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코스닥시장이 또 다시 상장폐지 공포에 휩싸였다. 일단 상장폐지 후보군이 되면 당장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신인도 또한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여기에 최근 신사업 추진 등으로 주가가 급등한 곳들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감사의견 거절·자본잠식…하루새 9곳 상장폐지 사유
2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하루에만 총 9곳의 코스닥기업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세진전자(080440)·엔에스브이(095300)·엠제이비(074150)·제이앤유글로벌(086200)·플렉스컴(065270)·피엘에이(082390) 등은 이번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던 스틸앤리소시즈(032860)·아이팩토리(053810)·인포피아(036220) 3곳은 개선기간 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으로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발생 유형별로 보면 감사의견 ‘거절 또는 한정’이 7건(중복 포함)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해당 기업이 외부 감사인에 대해 필요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거나 존속 능력에 의문이 생길 경우 매겨진다. ‘자본전액잠식’은 3건이다. 적자가 회사 자본금을 이미 100% 이상 넘었다는 의미다. 매년 이맘때면 코스닥시장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기업이 속출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대부분 3월 중순 이후 정기주주총회를 여는데 이보다 일주일 전에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제출 받아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가 일제히 나오면서 이중 회사의 부실 여부가 드러나는 것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폐지된 기업은 30개로 이중 결산 관련은 40%인 12개에 달했다.
올해 감사보고서 제출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 발생은 어제 9개사가 전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곳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속도가 빠르다. 거래소 상장제도팀 관계자는 “통상 사업연도 결산이 끝난 다음에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이 나오다보니 관련 공시가 집중될 때가 있다”며 “평균적으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 기업이 모두 상장폐지 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의견의 경우 7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거래소는 이로부터 15일 내 기업심사위원회를 연다. 여기서 재감사가 결정된다면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감사의견이 바뀔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자본전액잠식의 경우 당장 상장폐지 사유가 되지만 다음 사업연도 1~3월 개선됐다는 신청이 접수되면 마찬가지로 위원회를 개최해 심사를 거치게 된다. 다만 이 기간 동안 매매거래는 정지된다.
◇일부기업은 먹튀 의심 행위도… 투자자 누가 책임지나
문제는 투자자들의 피해다. 이미 경영상태에 대해 한 차례 의심을 받은 만큼 매매거래가 다시 재개되더라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기에 이번 대상 기업들은 회사를 인수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반짝 급등, 투자자 관심을 받은 곳들이 적지 않다. 실제 엔에스브이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국 베이징에 대규모 공항 면세점을 세운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11월 한달에만 주가가 60% 가까이 급등했다. 제이앤유글로벌 역시 베이징 면세점 사업을 신사업으로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바 있다. 엠제이비는 지난해 분양대행업에 뛰어들고 카드매출 채권 결제업체를 인수했으며 아이팩토리는 재구무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실시하면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매매거래 정지 이전 주요주주들의 수상한 움직임도 감지됐다. 제이앤유글로벌 최대주주인 원기산삼은 이달에만 보유 지분을 18.36%(305만여주)에서 8.82%(130만여주)로 줄였다. 엔에스브이 최대주주였다가 주요주주로 내려온 북경면세점사업단은 이달 14일 갖고 있던 지분 8.78%(102만주) 중 80만주를 장외매도했다. 매매거래 정지 직전에 대량으로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코스닥시장 상장폐지가 많고 투자자 피해도 발생하면서 경영활동 감시 강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기업심사팀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상장폐지가 많지만 전체 비율로 따지자면 오히려 낮을 수도 있다”며 “코스닥시장 경영 투명성이 굳이 낮다기보다는 기업들마다 각기 사정이 다른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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