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안산=강신우 임현영 기자]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투표를 마치고 조문을 나선 이들이 적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세월호 참사가 벌써 잊혀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시흥시 정왕동에서 중학생 자녀와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수미(40·여·회사원)씨는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어서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누가 당선되든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경미(여·39·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씨는 “세월호 참사가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며칠 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 49재도 뉴스에서 별로 다루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길 바라는 마음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한 표를 행사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유명을 달리한 딸의 영정을 들고 투표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매일 아침 합동분향소로 향하던 유족들도 이날은 대부분 투표소를 찾았다. 이들은 “유가족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심경을 전했다.
이웃과 가족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안산 시민들은 ‘안전한 사회’를 약속하고도 무능한 모습을 보여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안산 시민들은 투표 후에도 당선자들이 초심을 잊지 않고 행정을 펼쳐나가는 지 지켜보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플래카드와, 투표 장소를 안내하는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는 안산시 고잔 1동 제2투표소인 단원중학교. 이날 투표를 위해 단원중학교를 찾은 조순자(42·여·자영업)씨는 “지방선거 공약집을 꼼꼼히 읽어봤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내가 뽑은 정치인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 싶다”며 “투표로 안산시나 정치가 바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갖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조씨의 딸은 단원고 2학년생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다.
회사원 김재형(52)씨는 “방송에서 세월호, 고잔동 소리만 나와도 울컥한다”며 “누구를 찍을 지 결정하는 데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컸다”고 귀띔했다.
주부 유경숙(61)씨는 “세월호 참사 사태에 휩쓸려선 안된다”며 “어려울 때 일수록 정신 차리고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안산시에 대한 이미지를 당선자들이 바꿔나가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주부 김모(38)씨는 “이번 세월호 참사로 안산지역이 낙후됐고 못사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굳혀진 것 같아 안타깝고 속상하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안산의 이미지가 좋은 쪽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