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디지털 음원사용료 인상을 두고 증권가의 셈이 빨라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음원 유통업체가 먼저 주목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판권 소유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온라인 음원 유통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가 내년 1월1일부터 현재 3000원인 월정액 이용료를 최대 6000원으로 인상한다. 로엔은 국내 음원 유통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멜론’의 운영업체다.
CJ E&M과 함께 음원 유통 시장에서 2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로엔이 음원 이용료를 인상하면 다른 음원 유통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음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로엔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롭게 내놓은 음원 사용료 가이드라인 ‘음원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반영한 결과다. 개정안은 창작자와 권리권자의 몫을 기존의 40~50%에서 60%로 인상하고 최저 음원단가도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음원 가격 인상이 가격 저항에 부딪칠 수 있지만 가입자당 매출액(ARPU) 상승에 따른 음원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를 점쳤다.
이현정 SK증권 연구원은 “가격저항에 따른 가입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ARPU 상승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외형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엔은 음원 플랫폼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따른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엔은 이익률이 15%에 달하는 데다 시장 변화에 따른 한계기업 퇴출 등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음원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수혜도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가격인상과 이익 배분율 확대로 음원 제작업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국내 음원 매출 비중은 각각 4%, 10% 수준이다. 디지털 음원 영업이익률은 4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음원 매출이 50% 증가하면 영업이익은 최소 4~10% 가량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투자증권도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수혜를 점쳤다. 초기에 가격 저항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롱텀에볼루션(LTE)과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이 발전하면서 음원의 스트리밍(실시간 전송)과 내려받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음원 시장 규모가 줄지 않는다면 로엔, CJ E&M, KT뮤직, 네오위즈인터넷, 소리바다 등 음원 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라 에스엠, 와이지, JYP 등 음원 제작업체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업체 기준으로 디지털 음원 매출액의 영업이익률이 높다”며 “시장의 변화에 따른 매출액 증가가 영업이익률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연구원도 “음원 권리자에 대한 수익배분 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플랫폼업체들의 이익증가는 외형성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