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병원 vs 소신 만수`..시너지냐, 주도권싸움이냐

김수연 기자I 2008.06.23 16:26:46

소신파 두 경제수장 관계설정 관심
균형과 조화 기대 속 마찰 우려도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2기 청와대 출범으로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면서 청와대 박병원-내각 강만수로 구성된 이명박정부 경제팀의 역학구도가 관심이다.

두 사람 모두 옛 재경부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로, 정책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누가 뭐라건 할 말은 하고 마는 꼿꼿한 성격이라는 면에서는 또 아주 비슷하다. 소신파 두 수장이 한 팀을 이룰 때 경제정책서 시너지가 날지, 불꽃이 튈지 흥미진진하다는 평이 많다.

◇색깔다른 두 `소신`이 부딪치면 

▲ 박병원 경제수석
▲ 강만수 재정장관
신임 박병원 경제수석과 강만수 재정장관 양쪽을 겪어 본 재정부 관료료들은, 이번 경제팀이 간단치 않은 조합이라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박 수석이나 강 장관 모두 소신대로 고집대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서슴없이 말하는 꼬장꼬장한 성격이다.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유사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환율·성장·감세·금리 등과 관련된 소신발언을 쏟아냈다. 이것이 때로 위험수위를 넘나들었고, 이에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는 등 임기 초가 평탄치 않았다.
 
박병원 수석 역시 자신이 확신하는 것에는 할말 다하기로 유명하다. 쓴소리 잘 한다 해서 별명이 `Mr. 바른말` 일 정도다. 재경부 차관 시절, 정부가 추진했으나 정치권과 여론에 밀려 접었던 위스키·소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의 세율 인상을 재차 주장하다가 청와대에서 구두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수요억제를 주택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던 참여정부 기조와 달리 부동산 문제는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한때 부동산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두 소신파가 서로 다른 소신으로 부딪칠 경우엔, 소리가 상당히 요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방향이 일치하면 시너지가 기대되는 한편, 견제 없이 무서운 속도로 한 방향으로 몰아칠 것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과 관치의 만남?

두 사람의 정책성향이나 스타일은 차이가 크다. 강 장관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중시하는 등 정부의 주도적 역할, 강한 정부를 중시한다. 그는 외환시장에 정부가 내놓고 개입하는데도 별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그는 "85년 플라자 합의를 보니 환율은 시장에 맡기는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반면 박 수석은 자칭 타칭, 시장주의자다. 그는 과거 참여정부가 땅값잡기 정책을 밀어붙일 때에도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또 "억지로 성장률을 올리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발언한 적도 있다.
 
재정부 실무자들은 "시장주의자와 관치주의자가 한 판 붙으면 불꽃이 튈 것 같다"고 했다. 더구나 "청와대와 재정부가 주도권 다툼에 나서게 되면 아래 실무자들만 피곤하게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는 우려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차관이 외형상 시장주의자이나 정부의 강력한 역할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대단한 관치주의자이기도 해서, 외형상 방식이 다를 뿐 양자간 큰 차이가 없다고 보기도 한다.  
 
현재까지 박 수석과 강 장관은 성장과 일자리를 중시하는 등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기조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잠시 부상했다가 가라앉은 이른바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같은 목소리를 냈었다.
 
하지만 강 장관이 대통령에 이어 물가를 국정의 1순위라고 못박은데 이어, 박 수석은 임명 직후 한 인터뷰에서 거시정책을 동원한 인플레이션 잡기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해 향후 거시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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