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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각지대 메운다…금융권 RA 서비스 도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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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연 기자I 2025.06.26 07:01:00

[퇴직연금, 이제 AI가 굴린다]
AI가 고객 투자성향 맞는 포트폴리오 제시·운용까지
IRP 계좌 연간 900만원 한도로 제한적 허용
퇴직연금 적립금 늘고 ''저축→투자''로 인식 전환중
적극 운용·PB 활용 어려운 중관여 투자자에 적합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인공지능(AI)이 퇴직연금을 굴려주는 시장이 열리면서 금융권의 서비스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규모가 커지고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가 쉽게 퇴직연금을 운용하고자 하는 투자 수요를 충족하고 퇴직연금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RA 일임 서비스, 2%대 퇴직연금 수익률 구원투수 되나

25일 코스콤 RA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퇴직연금 알고리즘은 176개(적극투자형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RA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서는 코스콤 RA 테스트베드와 함께 혁신금융서비스를 통과해야 한다.

RA란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자문을 하거나 자산 운용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정된 회사들이 일임형 RA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RA 전문기업 파운트의 자회사인 파운트투자자문이 하나은행과 손을 잡고 가장 처음으로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내놨고, 4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종합운용사 중 처음으로 퇴직연금 전용 AI 자산관리 시스템 ‘엠로보(M-ROBO)’를 출시했다. 같은 달 한국투자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와 협력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내놨고, NH투자증권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과 데이터앤애널리틱스 컨소시엄과 협력한 알고리즘 등을 포함한 RA 일임 서비스를 내놓았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수단으로 일임형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아 퇴직연금에서는 RA를 통해 자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당국이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가 고객의 투자 성향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매매까지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시장의 빠른 성장에도 여전히 상당수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어 물가상승률 수준의 낮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RA 일임형 서비스 허용에 나섰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 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조 3000억원(12.9%) 증가하며 적립금 규모가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9년 221조원에서 해마다 10% 이상씩 증가해 5년간 2배 가까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운용 방법을 보면 실적 배당형의 비중은 17.4%에 불과하고, 여전히 대부분(82.6%)이 원리금 보장형에 머물러 있다. 이에 최근 5년 및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86%, 2.31%으로 물가 상승률을 겨우 따라가고 있다.

IRP 한정 연간 900만원 한도…“10년 후 전체 30~40조 규모 전망”

AI 일임형 서비스 도입에 따라 AI 알고리즘이 고객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같은 낮은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퇴직연금 RA 일임형 서비스 허용 계좌는 우선 개인형퇴직연금(IRP)로 한정됐다. 가입 한도는 IRP 계좌당 연간 900만원으로 매년 900만원씩 증액된다. 일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예컨대 1년차 일임 체결 금액이 500만원이었다면, 2년차엔 증액된 한도 900만원에 잔존 한도 400만원을 더해 총 1300만원을 RA 일임형 서비스로 굴릴 수 있단 의미다.

RA 알고리즘은 특히 과거 데이터 기반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시황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 수익률 관리로 장기투자 상품인 퇴직연금을 관리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퇴직연금을 예·적금 상품에 묶어두기 보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싶지만 직접 운용에 나서기엔 익숙하지 않고, 자산관리사의 도움을 받기엔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투자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대표는 “퇴직연금 시장이 2035년이면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리 인력엔 한계가 있다”며 “연금 시장도 양극화 추세로 RA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은 2035년 확정급여형(DB)을 제외한 전체 650조원 시장 규모의 5%, 고객수 비중으로는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는 반드시 안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광 삼성자산운용 멀티에셋운용본부장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거나 자산 배분을 하려고 해도 방법을 모르는 투자자들에게 RA 일임형 서비스가 가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일임형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향후 한도도 늘어나게 되면 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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