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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완성차 1위 기업 토요타자동차는 미국 켄터키 남부에 짓고 있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공장의 완공 시기를 애초 2025년에서 2026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이 공장은 토요타의 첫 북미 전기차 공장으로 총투자액은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지 전기차 생산 전략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2030년까지 북미에서 생산할 계획이었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SUV 신형 전기차 생산 추진 계획을 중단하고, 일본에서 만든 차를 수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토요타는 202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품 공급업체들에 전달한 새 계획에 따르면 100만대로 기존보다 30% 이상 축소했다.
토요타 측은 전기차 생산 일정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기차의 설계를 변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생산 개시 시기는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도 지난 8월 픽업트럭 등 대형 차종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GM은 미국 미시간주 조립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을 2026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지난해 10월 올해 말로 예정했던 생산 일정을 2025년 말로 미룬 데 이어 추가로 6개월 더 늦췄다. 포드도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 계획했던 전기차 대형 SUV 차량 생산 투자를 보류하고, 같은 공장에 휘발유 픽업트럭 생산 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유럽 전기차 관련 기업들도 속도조절
유럽 기업들도 줄줄이 투자를 줄이거나 비용 감축에 나섰다.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스웨덴 노스볼스는 지난달 하순 북부 셸레프테오 공장의 확장 계획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비용절감 전략의 하나로 1600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자동차 기업 BMW와 체결했던 20억 유로(약 3조원) 상당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최근 취소되면서 성장 전략 검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지리 자동차 산하의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도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을 지난달 초 폐기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들이 줄줄이 생산 일정을 늦추거나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속도 조절 차원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애초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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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대중국 보호주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점도 전기차 수요 부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중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저가의 인산철 리튬이온(LFP) 배터리 공급망을 미국에서 구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 배터리 가격의 고공행진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U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EU는 지난 7월 저가 전기차를 수출하는 중국 기업에 최대 45%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한 EU와 미국 완성차 업체의 차량에도 적용한다.
닛케이는 “전기차 판매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물량도 늘지 않는데, 보호주의 정책이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간밤 테슬라는 3분기 차량 판매가 시장 기대를 밑돌며 주가가 3% 넘게 하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3.49% 내린 249.02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7∼9월(3분기) 차량 46만2890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6만3310대)를 밑돌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