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세계적인 설계자동화(EDA) 업체인 시놉시스와 협업을 통해 3나노 공정 기반으로 모바일 AP 등 시스템온칩(SoC·전체 시스템을 칩 하나에 담은 기술집약적 반도체) ‘테이핑 아웃’(taping out·시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테이핑 아웃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최종 칩 설계도와 시제품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테이핑 아웃 성공은 대량 생산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시놉시스는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반 EDA 툴을 제공했다. 이는 첫 설계부터 마지막 생산까지 칩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AI를 적용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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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양산 초읽기는 삼성 반도체에 의미가 크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는 다른 제품들보다 설계와 제조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한 SoC다. 가격도 다른 스마트폰 부품에 비해 훨씬 비싸다. 삼성전자가 최선단 3나노 공정에서 모바일 AP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이 복잡한 만큼 기존 3나노 1세대가 아닌 3나노 2세대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 받는 점은 3나노 공정의 모바일 AP 생산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처음 적용한다는 점이다. GAA는 트랜지스터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와 달리 닿는 면을 4개면으로 늘렸다. 면이 넓을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는 1위 TSMC를 따라잡는 발판을 GAA 기술에서 찾고 있다. TSMC는 3나노는 기존 공정인 핀펫을 유지했고, 내년 2나노 공정부터 GAA를 적용하기로 했다. ‘축적’이 중요한 반도체산업 특성상 2나노부터는 GAA 기술의 완성도에 따라 삼성전자가 추격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시놉시스와 협업하면서 성능, 전력효율 등의 측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큰 개선을 이뤘다”며 “늦어도 하반기에는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가 이번 공정을 통해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먼저 생산할지, 아니면 스냅드래곤8 4세대 같은 다른 SoC부터 만들지 아직은 다소 불확실하다”고 했다. 다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자체 ‘엑시노스 2500’의 본격 양산에 더 무게를 두고, 이를 차세대 갤럭시S25 등에 탑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는 삼성 스마트폰에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4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2400’을 양산했고, 그렇게 자체 생산한 모바일 AP를 2년 만에 갤럭시S24에 공급했다. 이를 두고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 AP가 화려하게 귀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500을 더 성능이 높은 스마트폰 제품까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격적인 모바일 AP 영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엑시노스 2500이 스냅드래곤8 4세대와 경쟁을 할 텐데, 내부적으로는 품질 측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며 “최고급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퀄컴, 미디어텍 등에 대한 삼성 스마트폰의 칩 의존도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